캐나다 국민연금(CPP Investment Board)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CPPIB는 MBK가 조성한 1, 2호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가인데 조 단위 빅딜에 대한 공동 투자협정에 따라 이번 직접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8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MBK는 2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ING생명 인수전에 CPPIB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CPPIB가 투자약정서를 발급하고 MBK가 이를 매각 측에 자금증빙 근거로 제시했다.
MBK는 최근 1조5000억 원 규모의 3호 펀드를 구성했지만 이 블라인드 펀드에서 ING생명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3000억~5000억 원 이내로 제한돼 있어 공동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MBK는 CPPIB 외에 부족한 자금을 더 충원하기 위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 등 해외 기관투자가와 국내 새마을금고의 지원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CPPIB는 지난 3월 말 기준 1833억 달러(약 212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대형 연금이다. 운용자산 중 절반인 900억 달러 가량을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공채 등 채권(Fixed income)과 실물자산(Real asset)에 배분하고 있다.
MBK는 CPPIB의 아시아 담당 매니저인 김수희 씨를 통해 긴밀한 투자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김수희 씨는 과거 칼라일 아시아에서 MBK의 김병주 회장과 같이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CPPIB는 MBK 1, 2호의 주요 LP로 참여했고, 최근 1차 자금조달을 완료한 3호 펀드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CPPIB와 자금 위탁 운용계약을 맺으면서 조 단위 거래에는 공동 투자(Co-investment)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고, 이번 ING생명 딜에서 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2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이 딜에 나서자면 레버리지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소 1조2000억 원 이상의 지분 인수금이 필요한데 이를 MBK가 모두 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CPPIB가 ING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해외 연금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다양한 인수 구조를 고안하더라도 2억 달러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련법이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 인수를 한정하고 있어서다.
MBK는 이번 인수전의 강력한 후보이지만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려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에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부분이 생명보험업 비주력자로 분류돼 투자 제한규정에 적용되고, 새마을금고의 경우 보통주 투자도 불가능해 넘어야 할 산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와 경쟁상대로 입찰에 참여한 동양생명보험과 그 대주주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의 사정도 비슷하다.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동양생명이 홀로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 보고인베스트는 공동 투자협정을 맺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보고인베스트 컨소시엄은 ING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경우 이 거래의 인수주체인 동양생명에 증자하는 형태로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과도한 지분투자로 인한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을 막으면서 ING생명의 자산을 활용해 동양생명의 자금운용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은 애초 유력한 경쟁후보로 거론됐으나 거래 참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로 국내 PEF(사모투자전문회사) 큐캐피탈의 지원과 함께 KDB산업은행의 자문도 받고 있는 상태다.
교보생명은 예상대로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창재 회장은 최근 주주가 된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조 단위의 자금을 현 시기에 M&A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이 거래를 포기할 경우 교보생명도 뜻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