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유당(LPC)이 지난 2015년 10월 연방총선 공약으로 삼았던 선거제도 개혁 추진을 취소했다. 연방 총선을 앞두고 당시 저스틴 트뤼도(Trudeau) 자유당 대표는 정부 구성 18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안을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선거제도 개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자유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결국, 지난 1월 10일 첫 개각 후 2월 1일 공개한 장관위임장(ministerial mandate letter)에서 개혁안 추진 중단을 밝혔다. 신임 카리나 골드(Gould) 민주제도장관에게 트뤼도 총리가 보낸 위임장에는 “선거제도 변경은 업무에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적었다. 골드 장관도 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 변경은 더는 없다”고 발표했다.
선거제도 변경 취소는 민주제도부가 MyDemocracy.ca 웹사이트에 지난 16일 공개한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서도 예고됐다. 보고서는 “캐나다인 67%는 캐나다의 민주제도 실현 방식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앞서 “만족도가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방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전제를 두기는 했다.
민주제도부 보고서는 선거제도 변경이 당분간은 어렵다는 여론을 요약했다. 선거제도 변경에 당위성을 부여할만한 안건에 대해 캐나다 유권자들이 별로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무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53%가 반대했고, 온라인투표 도입에는 찬성이 다수지만, 보안 문제가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실현이 어려운 전제가 깔려있다. 현재 18세로 규정돼 있는 투표 연령을 더 낮추는 안에 대해서는 66%가 반대했다. 단 총선 유세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90%가 찬성했다. 유세 기간 단축 여론은 간단한 법 개정으로도 수렴 가능한 부분이다.
선거제도 개혁 추진이 취소돼 현행 다수대표제(First-Past-The-Post· 약자 FPTP)로 다음 연방 총선도 치러질 전망이다. 현재 제도는 선거구별 최다 득표자가 하원의원에 임명되고, 하원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당이 내각을 구성해 정부를 이끌게 돼 있다. 다수대표제 약점으로는 총득표수가 앞선 정당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여러 형태의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도입이 의회와 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대안을 찾지 못했다.
진보계 야당 신민당(NDP) 내이선 컬런(Cullen) 민주개혁 논평 담당 하원의원은 1일 “이번 결정에 캐나다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다”며 “모든 표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공정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발표했다. 신민당은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에 대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39% 득표율 정당이 100% 권력을 독점했다”며 “이 결과 수백만 표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너무나 많은 캐나다인의 목소리가 연방정부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보수당(CPC)은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