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블로그에 해킹 프로그램을 올려 유포·판매한 중학생 해커와 이 해킹 프로그램을 공급한 40대 캐나다 교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일 블로그를 통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한국계 캐나다인 허모(48)씨를 구속하고 중학생 배모(14)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군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킹 프로그램과 좀비 PC를 판매한다는 광고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누리꾼들에게 건당 1~15만원 씩 총 100여만원을 받고 해킹 프로그램 19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중국 웹하드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2500여개의 해킹 프로그램 중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프로그램 19개를 배군에게 무료로 제공해 실제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인지를 테스트하게 했다.
배군은 이 프로그램들을 네티즌들에게 판매하는 한편 음란 동영상으로 위장한 악성코드를 유포해 ‘좀비 PC’ 600여대도 확보했다. 배군은 좀비 PC를 활용해 불법 성매매 사이트를 공격·협박하고 수십만원의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배군은 허씨를 3년 전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나 처음 알게 됐으며 서로 해킹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가깝게 지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개발한 메신저나 인터넷 전화만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도 해킹한 기업의 서버를 거치도록 해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 추적에 대비했다.
20여년 전 캐나다에 이민을 떠났다가 2005년 귀국한 허씨는 귀국 이후 주식 투자로 거액을 날리면서 해킹 범죄에 관심을 가졌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배군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다 해킹에 관심이 생겼다. 장래 꿈이 ‘어나니머스’라고 말할 만큼 해킹 실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씨의 수첩에서 수십여개의 불법 선물·옵션 거래사이트 주소가 발견된 점, 허씨가 금융사기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허씨가 불법 선물·옵션 사이트를 해킹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배군처럼 최근 해킹에 관심을 두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며 “악성프로그램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