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에 열린 비씨주 의회에서 신민당(NDP)과 녹색당(Green Party)이 현 여당인 자유당(Liberals)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과시킴으로써 크리스티 클락 수상이 물러나고 존 호건 신민당 대표가 새로운 수상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로서 비씨주 신민당은 무려 16년만에 처음으로 비씨주의 여당으로 정권을 잡게 됐다.호건 대표는 무엇보다도 주디스 귀숑 주총독으로부터 정부를 구성하라는 공식적인 요청을 받음으로써 합법적으로 비씨주의 36대 수상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귀숑 주총독은 성명을 통해 “호건 대표에게 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청했으며 그는 의회의 신임을 받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주총독의 승인을 받은 호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NDP, NDP”라고 외치며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환호했다.
이제 수상 지명자라는 명칭을 부여 받은 호건 대표는 내각 인사에 대한 임명이 모두 끝나는 2~3주 뒤에는 공식적인 수상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건 수상지명자는 “과거에 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건 지명자와 귀숑 주총독과의 만남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귀숑 주총독은 호건 수상지명자와 만나기 전에 클락 수상과 먼저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티 클락 수상은 귀숑 주총독에게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의 실시를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클락 수상이 떠난 뒤에 귀숑 주총독은 호건 대표를 불러 그에게 수상이 되어 정부를 이끌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호건 대표는 “주총독은 클락 수상과 나에게 정부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과 좋은 정부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줬다. 나는 주총독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고 언급했다.
클락 수상은 후에 호건대표와 녹색당의 앤드류 위버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도, 자유당 정부가 물려준 좋은 경제를 잘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클락 수상은 호건 지명자가 공식적으로 수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수상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로서 지난 5월 9일 시행된 비씨주 총선을 둘러싼 여러 차례의 반전 가득한 드라마는 신민당의 승리로 일단 종결되게 됐다.
비씨주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 중의 하나로 기록될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은 43석으로 다수당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과반수 의석획득에 실패함으로써 정권유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각각 41석과 3석을 얻은 신민당과 녹색당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데 합의했으며, 결국 양 대표간의 약속대로 현 정권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창출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총선이 끝난 뒤 무려 7주나 지난 지난 29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에 마침내 신민당과 녹색당은 현정권에 대한 신임 투표를 거쳐 자유당을 무너뜨리고 말았다.귀숑 주총독은 새로운 선거를 시행할 것을 요청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신민당에게 정권을 잡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의 불투명한 정국을 봉합시켰다.
한편,신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가 구성되기는 했지만 이들 앞에 순탄한 길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당은 선거구개혁이나 기업과 노조의 정치기부금 반대, 킨더 모건 송유관 확장 프로젝트 반대, C 사이트 댐 건설에 대한 점검을 비롯한 여러 이슈에 있어서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며, 그 외에도 사회서비스 지원이나 노인 지원, 그리고 교육 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힘을 모으기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을 시행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두 정당 중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신민당의 경우에는 의회 개원 이전에 해야 할 일들이 무수히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빅토리아 대학의 정치학자인 킴벌리 스피어스 교수는 신민당의 존 호건 대표가 장관들을 임명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장관들을 포함한 새로운 각료임원들을 모두 선출하기까지는 적어도 수 주에서 몇 달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스피어스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장관들 이외에도 수십 명 이상의 정부인사들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민당이 어디까지나 소수 여당이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들을 모두 충당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피어스 교수는 소수 여당은 언제든 해체될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유능한 정치인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기간 이내에 현재의 정부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매우 불리한 여건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스피어스 교수는 신민당 정부가 의회를 9월에 개원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 이후로 신민당이 이끄는 소수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스피어스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은 교묘하게 피함으로써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정부가 지속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과 여론을 주시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스피어스 교수는 또한 자유당이 주민들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작업을 이미 시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자유당은 가능하면 빨리 총선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UBC의 정치학자인 맥스웰 카메론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소수정부는 약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신민당과 녹색당의 경우에는 이 기간이 더욱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야당을 합쳐봐야 겨우 한 석을 앞서는 매우 근소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관계자들은 신민당과 녹색당이 이끄는 정부가 안정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신민당 관계자들은 조만간 25명에서 30명 가량의 정권 인수팀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들이 새로운 신민당 정부의 초기 핵심인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민당 호건 대표는 새롭게 의회가 개원되고 자신이 개원연설을 하게 되는 시기가 노동절 이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BC주 신민당의 호건(우)과 녹색당의 위버(좌) 대표는 연정에 합의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