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가우빈씨와 그의 파트너인 안드레 자우빈씨는 무려 37년 동안이나 동거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3명의 자녀도 함께 키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들 커플에게 결혼을 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이들은 항상 너무 바쁘다거나 혹은 결혼에 쓰일 돈으로 차라리 멋진 휴가를 가겠다는 등의 답변을 한다.
58세의 가우빈씨는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삶에 있어서 달라지는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가우빈씨와 자우빈씨 커플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간주된다.
배니어 가족연구소에 근무하는 노라 스핑크스씨에 따르면 이처럼 결혼하는 사람의 수가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커플들로 하여금 결혼을 할 것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압력들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제안됐다.
이러한 전통적인 압력들로는 종교적인 신념이나 혼외정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해당되는데 이러한 요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 세력을 잃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핑크스씨는 게다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결혼적령기에 해당되는 청년들 중 상당수가 이혼율이 매우 높았던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혼하거나 별거한 부모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결혼을 기피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으로 간주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비록 공식적인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이 상대에 대한 의무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스핑크스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이 파트너에 대한 장기적인 책임관계를 회피하는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새로운 자료에 의하면 또한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커플들의 경우에도 결혼시기를 늦추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 퀘벡주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6년을 기준으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33.4세, 여성은 31.9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971년과 비교할 때 남성은 7.8년, 그리고 여성은 8.5년이 증가된 수치이다.
또한 캐나다 전국적으로 볼 때에도 2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들 중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결혼 및 이벤트 전문 플래너인 카타윤 카타미씨는 고객들 중의 대부분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연령대라고 말하며 이들은 대부분 이미 동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상당수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회에서 결혼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으며 대신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비종교적인 방식의 축하연을 한다고 덧붙였다.
가우빈씨는 각각 35세와 27세, 그리고 25세인 3명의 자녀들 중에서 아무도 지금까지 결혼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은 자녀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핑크스씨는 앞으로는 가족에 대한 정의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만나서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자녀를 보유한 전통적인 관점의 가족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회구성원들도 가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볼 때 가족이란 가장 시대의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사회적 단위였다. 따라서 앞으로도 가족이라는 시스템은 바뀌는 사회에 손쉽게 적응되고 변형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