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저지른 조직적 박해…부끄럽고 슬프고 미안한 일"
캐나다 정부가 28일 과거 정부·공공기관의 동성애 공직 종사자들에 대한 박해 행위를 공식 사과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특별 연설을 통해 부당한 법규와 동성애 처벌로 성소수자(LGBTQ)에 수십 년간 연방 정부가 가한 가혹한 차별에 대해 캐나다 국민을 대표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차별에 정부가 나서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으로 캐나다 언론은 이를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또 성소수자 박해로 피해를 당한 전직 공직 종사자들의 보상을 위해 총 1억4천500만 캐나다달러(약 1천226억 원)의 기금을 조성, 이 중 1억1천만 캐나다달러로 피해자에 직접 보상을 실시키로 했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의 역사에서 정부가 제정한 법규와 정책으로 불평등을 능가하는 행위를 합법화했다"며 "정부는 증오와 폭력을 합법화하고 그 대상이 된 피해자들을 모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성소수자 사회에 낙인과 공포의 문화를 조장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파괴했다"며 "우리가 저지른 일에 부끄러움과 슬픔,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힌 뒤 "우리는 잘못했다. 우리는 사과한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과 연설을 하는 동안 트뤼도 총리는 시종 눈시울을 붉혔으며 끝내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고, 연설을 마치자 여야 의원들과 방청석에서는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성적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캐나다 인권법이 제정된 1996년 이전까지 수 십 년 간 일반 정부 기관과 군, 경찰 및 정보기관 공직 종사자들의 동성애에 대해 일제 조사와 처벌, 강제 퇴출 등 조직적인 박해 행위가 이어졌다.
연설에서도 트뤼도 총리는 "이런 일들이 멀리서 오래전에 일어난 게 아니다"며 "캐나다에서 이런 일은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최근까지도 조직적으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날 사과는 최근 성소수자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집단 소송에서 재판 전 사전 조정된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이 합의에서 정부는 피해자 보상도 약속했다.
정부가 마련한 보상 기금으로 개별 피해자가 받게 될 보상액은 각각 피해 정도와 내용에 따라 5천 캐나다달러에서 최대 15만 캐나다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직접 보상을 받게 될 전체 피해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2천~3천 명이 보상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보상 기금 가운데 1천500만 캐나다달러를 화해·기념 기금으로 조성해 오타와에 성소수자 피해 기념관을 건립하고 전국 각지에서 교육, 연구 등의 활동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특히 과거 동성애 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피해자들의 범죄 기록을 말소, 폐기토록 하는 특별법안을 발의, 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