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소문난 스티븐 하퍼 총리의 회견 관행이 또 한번 구설에 올랐다.
2일(현지시간) 글로브앤드메일지에 따르면 총리실은 지난주 하퍼 총리의 미국 방문 중 '질문 금지' 약속을 깨고 질문을 던진 TV기자에 이번 주 총리 해외방문 동행 취재를 불허한다고 소속사에 통보했다.
CTV의 베테랑 카메라 기자인 데이브 엘리스는 하퍼 총리가 뉴욕 일정 중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질문을 했다가 총리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견은 총리 일정의 사진촬영을 위한 자리로 질문은 하지 않기로 사전 약속이 돼 있었지만 엘리스 기자는 총리에게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즉석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질문은 최근 국내에서 대형 뉴스로 떠오른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의 선거자금 불법 지출에 관한 코멘트를 구한 것이었으나 하퍼 총리는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고, 자리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CTV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4일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하퍼 총리 일정을 앞두고 총리실로부터 엘리스 기자가 총리 전용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CTV는 물론 국내 방송계 전체가 발끈했다. 방송계는 총리의 해외방문 일정을 취재할 기자는 총리실이 아니라 언론사가 정할 일이라며 CTV를 옹호하는 공동전선으로 대응했다.
또 CTV는 총리실의 통고에도 엘리스를 미국에 이어 총리의 APEC 회담 취재 기자로 다시 보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CTV는 총리실의 뜻과는 무관하게 총리 전용기가 출발하는 공항으로 엘리스를 보내기로 했고, 다른 방송사들도 이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계의 이 같은 강경 기류가 전해지자 총리실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서 이전 통고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리실 제이슨 맥도널드 대변인은 CTV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출장에서 금지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엘리스 기자의 총리 전용기 탑승이 거부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앞서 총리실은 CTV의 동행 취재가 허용될 것이라면서도 엘리스 기자가 거부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를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맥도널드 대변인은 "캐나다 취재단의 누구도 이번 APEC 정상회담 일정 수행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다른 방식은 절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스는 CTV의 베테랑 카메라 기자로 CBC와 글로벌TV 등 캐나다의 전국 네트워크 방송 3사를 대표하는 공동취재(풀:Pool) 기자로 총리 전용기에 동승할 예정이다.
캐나다 방송 3사는 총리 해외방문 일정 취재의 경비 절감을 위해 한 방송사가 대표 취재해 내용을 공유하는 공동취재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취재 기자 선정은 각 방송사에 일임돼 있다.
하퍼 총리는 평소 보도진의 질문을 기피하거나 제한하는 행태로 언론계의 불만을 사 왔다.
총리실은 기자회견에서 받는 질문 수를 3~4개로 미리 정하거나 사진촬영 석상에서는 질문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적용해 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