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전거기업인 스페셜라이즈드의 캐나다 법인이 현지의 작은 자전거매장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자전거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캘거리해럴드 등 현지 매체가 지난 7일 보도했다.
상표권 침해 소송에 휘말린 매장은 코크레인(cochrane)에 위치한 '카페 루베 바이시클 스튜디오(Cafe Roubaix Bicycle Studio, 카페 루베)'이며, 카페 루베가 스페셜라이즈드의 '루베(Roubaix)' 상표권을 도용했다는 것.
댄 리터(Dan Richter) 카페 루베 대표는 "117년 전통의 자전거대회, '파리-루베(Paris-Roubaix, 1896년~)'에서 매장명을 따왔다. '루베'는 자전거 문화의 아이콘"이라며 "고객들을 프로 선수들처럼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제품 공급 및 라이딩 코치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명칭 변경을 거부했다.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리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전역 후, 지난 3월초 고향으로 돌아와 각종 연금과 전쟁 수당을 모아 이 매장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라이즈드 측은 루베 상표권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으며 카페 루베가 상호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페 루베가 이 소송을 위해 15만달러(약 1억5000만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 소식은 SNS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자전거인들은 "지명인데 바꿀 필요 없다" "소송비용을 마련하자"는 등 비난을 쏟아내며, 카페 루베의 무료로 돕겠다는 변호사까지 등장했다.
국내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루베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 도시 이름이다. 또한 '루베'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글로벌 자전거기업이 힘없는 작은 자전거매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베라는 모델명을 쓰는 자전거기업으로 후지바이크가 '루베 로드바이크', 타이어기업 챌린지가 '챌린지 루베 타이어'를 사용한다. 또한 용품기업 등이 '벨로플렉스 루베' '지오다나 루베' '티포시 루베' '카포 루베' '엔듀라 루베' 등의 모델명을 쓰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위의 업체들에 대해서는 상표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소식이 소개된 후 미국 ASI社는 "자신들이 전 세계 '루베' 상표권을 갖고 있으며 2003년부터 스페셜라이즈드가 이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면서 "카페 루베가 '루베' 매장명을 사용해도 좋다"고 지난 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