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국 위기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서방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서방 국가로선 처음으로 야권 시위 탄압에 간여한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과 유럽도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 캐나다, 우크라 고위인사들 입국금지 = 캐나다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유혈사태와 관련한 제재 조치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리의 캐나다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 알렉산더 이민부 장관과 존 베어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타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야권과 반대자 탄압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 핵심 관리들의 캐나다 입국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장관은 이 조치가 "즉각 효력을 갖는다"며 "대중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 지배 엘리트 집단이 취한 대응조치를 전적으로 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는 자유와 민주주의 옹호를 용감하게 외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편에 계속 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이날 니콜라이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총리가 사퇴하고 의회가 집회·시위 규제 강화법을 폐지하는 등 야권과의 화해 조치를 취한 뒤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야권의 요구를 수용해 서둘러 위기 상황을 해결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제재였다.
베어드 외교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중요한 수순의 하나"라며 "사태를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행동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 오바마 "우크라 야권 지지"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국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행한 신년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하면서 평화적으로 저항 의사를 밝히고자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고 평화적으로 표시하고 자기 나라의 미래에 참여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원칙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지켜지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자로프 내각 총사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를 유럽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키예프 시내에서 경찰을 철수시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최악의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앞서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한 우크라이나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의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이날 키예프에 도착했다.
◇ 우크라, 조각 논의…야권은 참여 거부 = 아자로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총사퇴한 우크라이나에선 새 정부 조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각 총사퇴 조치를 취한 후 2개월 안에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당분간은 제1부총리인 세르게이 아르부조프가 총리직을 대행하며 새 내각이 들어설때까지 기존 내각이 그대로 업무를 계속한다.
하지만 정국 위기 상황을 서둘러 수습하려면 새 내각 구성 작업도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인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는 법정 기간인 2개월보다 더 빨리 가까운 시일 내에 새 내각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으로부터 부총리직을 제안받았던 클리치코 당수는 그러면서도 소속당 인사들이 입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았던 최대 야당 '바키키프쉬나'(조국당) 당수 아르세니 야체뉵도 앞서 입각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