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 국가 중시 필요"
외교정책을 철저히 경제적 실리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캐나다 보수당 정부의 비밀 보고서가 공개돼 정가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외교부는 1년여 간 준비해 작성한 새 외교정책 보고서에서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권 등 전통적 원칙보다 경제 실리를 우선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9월6일자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외교부는 미국 경제 침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의존도가 심각한 캐나다 경제의 개선을 위해 아시아의 신흥 국가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가 그 동안 아시아 신흥시장 개척에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외교 정책의 기본 방향을 경제 실리에 초점을 맞춰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급속 성장하는 아시아ㆍ남미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집중 분석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며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국가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고서는 "지난 수 십년 간 핵심 신흥 시장에서 외교적 실적이 부진한 실정"이라며 "다가올 미래에 계속 그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분쟁 지역의 평화유지 활동이나 취약 국가에 대한 대외 원조 활동을 중시해온 전통적 외교 기조를 격하하고, 특히 중국 같은 국가와의 교역관계 확대에 인권이나 민주적 원칙을 압력수단으로 삼던 종래의 정책 방향을 포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문서가 공개되자 제1야당인 신민주당(NDP)의 톰 멀케어 당수는 "지난 여러 세대 동안 캐나다는 세계 무대에서 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목소리를 내왔다"며 "이제 보수당 정부가 자랑스러운 캐니다 외교의 전통을 내던지려 한다"고 비난했다.
멀케어 당수는 "보수당 정부가 새로 만든 비밀 문건에는 인권이나 평화와 안보, 인도적 원조 개발 등에 대한 비전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며 "세계 무대의 리더로서 캐나다에 대한 비전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하퍼 총리는 "문서 내용이 정부 차원의 정책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보수당 정부는 평화와 안보, 민주적 가치의 확산이라는 외교 정책 원칙을 중요한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외교 전문가는 보수당 정부가 지난 2006년 집권 이래 처음으로 외교정책 전반을 재검토한 것 같다고 진단하고 다만 보고서가 세계 경제 전략 측면만을 강조한 부분적 정책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하퍼 정부가 지난 해 다수당 정부가 된 이후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새로 진단하고 나선 듯하다고 분석했다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