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에서 안락사법 다루다 야당의원들에 거친 행동…파문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하원에서 의원들에게 물리적 신체 접촉과 거친 행동을 자행해 물의가 일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18일 오후 안락사법 심의와 토론이 진행 중이던 하원에서 돌연 야당 쪽 의석으로 건너가 보수당의 고든 브라운 원내 대표를 거칠게 잡아끌어 자리로 몰고 갔고 이 과정에서 신민주당(NDP) 여성 의원의 가슴을 팔꿈치로 건드리는 신체 접촉이 일어났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하원은 이번 주 들어 정부가 제출한 안락사법 토론을 계속해 오다 이날 집권 자유당이 제안한 토론 종결 요구 동의안의 표결을 진행 중이었다.
표결을 지켜 보던 트뤼도 총리는 갑자기 표결을 위해 모여 서 있던 보수당과 NDP 의원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 고든 의원의 팔을 거칠게 잡아 끌어 대열에서 끄집어냈다.
순간 옆에 서 있던 루스 엘런 브로소 NDP 의원이 몸을 움츠리며 트뤼도 총리를 피했으며, 회의장 비디오 판독 결과 이 때 그의 팔꿈치가 브로소 의원의 가슴을 건드린 것으로 드러났다.
CBC방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트뤼도 총리는 F자로 시작하는 막말도 내뱉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하원은 집권당과 야당이 마주 보도록 자리 잡는 영국식 의원내각제 모습으로 의석이 배치돼 있는데, 트뤼도 총리는 자신의 자리를 뛰쳐 나와 양쪽 의석 사이를 건너가 거친 행동을 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트뤼도 총리는 다시 한번 야당 의석으로 건너가 톰 멀케어 NDP 대표와 언성을 높여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원에서는 여야 간 열띤 토론 도중 지지 환성과 야유가 교환되기는 하지만 이날처럼 신체 접촉 등의 물리적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하원 회의장은 고함과 비난이 뒤섞여 극도의 혼란이 빚어졌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브라운 의원이 표결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도를 넘은 '이상 행동'에 언론과 국민은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성토도 이어졌다.
브로소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총리가 팔로 나의 가슴을 건드렸다"며 당황한 나머지 자리를 떠나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표결에 참여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피터 줄리안 NDP 원내대표는 "의정생활 12년 동안 이런 행위는 본 적이 없다"며 "다른 나라 의회의 물리적 사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지만 캐나다 현대사에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고 탄식했다.
또 같은 당 니키 애쉬턴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직에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현장에 목격자가 된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힐난했다.
보수당 피터 밴 로안 의원은 "얼굴표정과 눈에 분노를 가득 담은 채로 총리가 의석을 가로지는 현장을 지켜봤다"고 꼬집었고 녹색당 엘리자베스 메이 대표는 "총리가 표결 대열에 다가가는 것은 대단히 경솔한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정리된 후 트뤼도 총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수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밝히고 "다른 의원에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저 없이 사과한다"면서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야당은 자유당과 트뤼도 총리를 향해 비난과 공세를 늦추지 않을 태세이다. 또 자유당은 당분간 곤궁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자유당이 제안한 토론 종결 동의안은 결국 172대 137표로 부결됐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