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불이행 제재 강화 추진 vs “해외 한인 고려 없어” 논란
대한민국 병무청이 병역 이행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 의무에서 벗어나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병무청은 지난 15일 국정기획 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채 한국 국적을 상실 및 이탈한 경우 만 30세가 지나면 한국 국적 회복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적법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버린 것이 명백히 입증될 경우에만 국적 회복을 제한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고의가 아니더라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모든 경우를 대상으로 국적 회복을 원천 불허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적법 개정 추진에 있어 해외 한인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7월까지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병역 대상자는 총 1만7229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학 등 장기 거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90.4%로 대다수다. 아울러 해외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 포기 사례는 1660명으로 9.6%였다. 국적 상실 및 이탈자가 선택한 국적은 미국이 8,784명으로 전체의 50%가 넘는다.
이와 관련, 병무청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7명의 아들 31명이 국적 포기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났다”며, 국적 이탈에 따른 병역 회피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 국적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외국 국적 동포는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데, 병무청의 개정안은 이 규정과 상충된다. 해외에 장기 거주하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65세를 넘으면 한국 국적 회복을 허용하는데, 병무청은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이들은 예외 없이 국적 회복을 불허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재외공관에 국적 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국적이탈을 할 수 없는데, 이 경우 병역 문제도 발생하지만, 한인 2세들의 경우 이중국적 신분이면 사관학교나 미국 정부 공직 진출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간 내에 국적이탈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병무청 개정 방침은 이들 역시 제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 측은 “공정한 병역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조치를 마련·시행해달라”고 병무청에 당부했다.
이는 국적 이탈을 통한 병역 회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국적 상실 및 이탈 사례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해외에 삶의 터전이 있는 한인들의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병무청은 해외 거주자의 경우 입영 및 소집 의무 기한을 현행 37세에서 40세까지 늘리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