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도, 취업 비자가 안 나와도 일할 수 있다?
지난 8월 24일, 캐나다 이민국은 임시 정리해고로 취업 비자 연장을 제때 하지 못하여 비자가 이미 만료된 분들이나 비지터로 들어와 국경을 통해 취업 비자를 받으려 하다가 국경 폐쇄로 이도 저도 못하고 발이 묶인 분들에게 매우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하였습니다. 원래 비지터는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면 공항이나 국경, 아니면 해외의 비자 오피스를 통해서야 하고 캐나다 내에서는 신청이 불가능하지만 이 발표로 인해 현재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지터도, 비자가 이미 만료되어 불법으로 체류 중인 사람도 취업 비자를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중 12개월 이내에 취업비자를 소지한 적이 있는 사람은 비자수속이 진행되는 동안 비자 없이도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사전 승인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발표를 통하여 COVID-19로 불가피하게 캐나다를 떠나지 못하고 불법체류 중인 사람을 구제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인 측면과, 국경 폐쇄로 인해 외국인 유입이 힘든 상황에서 캐나다의 노동부족 문제를 이 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실업률이 치솟아도 인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치는 산업 분야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바이러스 문제로 외국인 근로자를 해외에서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캐나다에 체류 중인 사람들, 심지어 상당 기간 불법체류를 한 것까지 눈감아주며 최대한 잡아보겠다는 의미인데, 비자 수속에 혜택을 통하여 취업과 고용의 기회를 주고,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하여 팬데믹 상황의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캐나다 실업률이 높으니 취업 비자나 영주권이 불리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인 현상이나 발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의 내용과 숨겨진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번 조치에 따라 방문자 신분으로 캐나다에 체류 중인 사람은 캐나다 내에서 취업 비자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청하는 오피스가 달라진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오피스로 신청하든 온라인 신청이라는 면에서 결국 동일하므로 신청자 입장에서는 서류가 어느 오피스로 가든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 비자 오피스에서 신청하지 않는다는 점은 숨겨진 큰 혜택입니다. 원칙적으로 첫 취업 비자나 학생 비자는 해외 비자 오피스 (한국의 경우 마닐라 오피스)의 심사를 거쳐 승인서를 받으면 입국할 수 있습니다. 비자 오피스의 심사는 캐나다 내 신청보다 요구되는 서류가 많고, 추가서류를 요청받는 경우 (영어 성적, 경력을 확인하기 위한 소득금액증명원, 월급 명세서, 은행통장 내역 등)도 있으므로 이러한 서류에 충분한 답변이 어려운 경우 거절의 리스크가 그만큼 올라갑니다. 단, 비자 면제국가 국민은 첫 번째 취업 비자라도 공항이나 국경에서 신청이 가능하므로 이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내 신청은 비자 오피스 신청보다 요구되는 서류가 적고 그에 따라서 승인율도 훨씬 높은 편입니다.
2. 비자가 오래 전에 만료된 사람, 즉 불법 체류자에게도 신분 회복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원래 신분 회복은 비자 만료일로부터 90일이 넘으면 불가합니다. 임시조치는 올해 1월 30일 이후 비자가 만료되어 비자없이 체류하고 있는 사람까지도 동일하게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3. 현재 취업 비자가 있거나, 이미 만료되었더라도 최근 12개월 이내에 취업 비자를 한번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취업 비자가 나오기 전에도 미리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승인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즉, 비자 신청을 하면서 이 사전 승인까지 받는다면 접수 후 2~ 14일 정도 후에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현재의 국경 봉쇄가 앞으로 상당 기간 추가로 지속될 가능성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경 봉쇄가 수 개월 째로 접어들면서 한국에서 캐나다에 입국하며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던 분들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여전히 마닐라 오피스를 통해 취업 비자 신청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추가서류 요청에 대한 대비를 충분하게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 비자 심사도 지연되고 있으나, 1차 예비 심사를 거치면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총 수업의 50% 이상만 캐나다 내에서 수강하면 졸업자 취업 비자인 PGWP를 받는데 문제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 뿐 아니라 지난 수 개월 동안 일련의 발표들을 종합해보면 캐나다는 외국인에 대하여 미국과 매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염려했던 LMIA도 지난 5, 6월에 잠시 중단되었지만 이후부터는 속속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전에 비해 심사가 특별히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알버타 주의 경우는 팬데믹 시 LMIA 신청이 제한되는 직종을 발표할 것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 직종에 대한 발표는 현재까지 수 개월 째 지연되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필수적인 노동시장의 반대의견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도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하여 지금까지 계속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국인을 선별하여 지속적으로 유입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라 하더라도 희망을 잃거나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최신정보를 접하면서 가장 적합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