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는 2011년 최초로 교역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08년을 기점으로 중단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작년 11월 공식 재개되는 등 상호 교역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으로 캐나다를 활용하고 있으나 미국에 비해 정보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의 캐나다 진출에 도움이 될 만한 비즈니스 십계명을 정리했다.
●캐나다는 캐나다=캐나다를 미국 시장의 축소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분명 미국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나라다. 미국과 이웃해 언어, 문화, 생활방식이 유사하지만 국민성, 산업구조, 상거래 패턴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캐나다는 세계 2위의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가 3500만명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요보다 틈새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제조업이 발달한 동부, 자원 개발과 서비스업이 발달한 서부 등 지역 간 특색이 뚜렷한 만큼 특성에 맞는 진출전략이 필요하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라=캐나다는 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현지 문화를 이해해야만 비로소 시장이 보인다.
수정 도면 교체시간, 작업장의 눈 치우기 등을 비용으로 산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바이어와 미팅할 때도 친한 사이가 아니면 식사, 커피 대접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제품이 의외로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전자 도어락보다 일반 자물쇠를 선호하고 아웃도어 점퍼는 대부분 모자가 붙은 일체형이다.
●현지에 필요한 제품을 찾아라=한국에서 잘 팔린 제품이 현지에서도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현지에 꼭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면 바로 런칭이 가능하다. 따라서 바이어와 접촉할 때도 해당 제품의 필요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
전혀 안 팔릴 것 같은 제품이 의외로 인기가 있기도 하다. 젓가락 교정기(스시를 젓가락으로 먹는 것에 대한 선망), 유아용 매트(찬 기운 방지), 액세서리(의류보다 문신, 액세서리 선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민자 시장을 공략하라=캐나다 내 아시안계 이민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국과 필리핀, 인도 이민자의 기호와 수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류를 활용한 제품 홍보는 아시안계 이민자에게 상당한 프리미엄 마케팅 효과가 있다. 국내 N사의 라면시장 점유율이 7%에서 40%까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지 규제에 대비하라=캐나다는 미국과 다른 규제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제품 포장 시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를 모두 표기해야 하며 타자 기능이 있는 제품은 공용어 전환 기능이 필수다. 원주민 소유 지역을 이용할 때는 사전 승인을 획득한다.
인증이 필요한 제품인 데도 인증이 없다면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담 자체가 힘들다. 캐나다에서 필요한 인증은 미국과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 전자제품은 ‘CSA’ 혹은 ‘cUL’(미국은 UL 등), 의약기기는 ‘CSA’, 보건부의 ‘디바이스 라이선스(Device License)’가 필수다. 수압 관련 현지의 규제 허용치를 준수하지 않아 최고급 샤워 헤드를 수출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바이어도 사람이다=현지에서는 공식적인 루트보다 비공식 루트를 통한 비즈니스가 의외로 활성화돼 있어 비즈니스에 앞서 인간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즈니스와 무관하더라도 이메일 등을 통해 친해지거나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 비즈니스에 매우 유리하다.
캐나다 사람들은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거래처를 잘 안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서만 첫 거래가 가능하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처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박을 쫓지 마라=캐나다와 같이 비교적 성숙한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성과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첫 거래 규모가 작다고 실망하면 안 된다. 국내 빙과류와 같이 초기에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수출하다가 연간 100개 컨테이너 물량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 일부 바이어의 지나친 가격 인하 및 소량 주문 요구에도 가급적 성의 있게 대응하는 게 좋다.
해당 제품의 현지 유통구조를 발굴하기 위해 적절한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품에 따라 유통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계 진출 기업을 활용하라=캐나다 역시 진출 초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우리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시장 개척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현지의 한국계 기업이나 유통업체를 활용하면 접근이 쉬울 수 있다. 한 예로 국내 보안업체가 현지 기업에 보안 관련 부분을 위임하지 않아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선배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라=현지 진출 시 KOTRA 무역관을 통해 현지 관행을 이해하고 관련 기업을 소개받는 게 좋다. 캐나다는 보수적이고 현지 기업을 위한 진입장벽이 많아 앞서 진출한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생 전략으로 접근하라=구매자-판매자 관계보다 양자가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추진하다 보면 기회가 의외로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현지에서는 기부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행사 시 각종 사회공헌활동(CSR) 사업을 전개하면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나홀로 발전’ 모델을 고집한다면 고립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