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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주일 새벽 예배 단상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4-20 (목) 01:17 조회 : 23691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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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협)

유년 시절의 부활 주일 새벽예배에 참석했던 아스라한 기억들이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두서너 해가 지난, 부산 피난민 시절이다.

부활 주일 새벽예배가 끝나면 삶은 계란이나 초콜릿을 나누어 주곤 했었는데 부산 대청동 산동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어머니 몫까지 급하게 다 뺏어 먹어 치우곤 했다. 그 시절에는 매우 귀한 것들이라 형제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 호기심과 극성은 사하구 괴정으로 이주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 되었다. 언젠가는 내가 먼저 일찍 일어나 어머니를 깨우면 따르릉 따르릉 집안의 탁상시계 소리가 얼마 후에야 울렸다. 또 어느 해 인가는 산 아래 교회 앞에 도착하면 그제야 백발의 교회 사찰 영수님이 종각 밑에서 줄을 잡아 당기며 땡그랑 땡그랑 새벽기도 시간 알리는 종을 치고 있었으니, 예배 시작 전까지 한참을 지루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아마 예배 시간 내내 선잠을 보충하느라 잠을 잤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함경남도 원산 남부교회 교인들이 졸지에 피난을 시작해서 교회를 세우고 많은 교인들이 부산의 국제 시장에서 양키장사를 하던 중 팔다가 녹은 초콜릿 등을 나누어 주었던 것이리라.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부활주일 새벽 성가대원의 일원으로, 청년시절 이후로는 부활주일 새벽연합 성가 대원의 일원으로 부지런히 참석했는데, 그러한 습관은 이곳으로 이민 오기 직전 까지 계속되었으니, ‘예수의 부활’ 그 신비로운 핵심사상은 늘 가슴 속에 맴돌 면서 이해와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있었다.

캘거리의 고단한 해외이민 생활 중에서도 20여 차례 이상을 빠짐없이 참석했으니 아마 나만큼 지속적으로 부활주일 연합예배에 극성으로 참석한 교민들은 아주 드물 것이다.

초창기부터 칼럼을 쓰기위해 보관한 자료집을 찾아본다.

20여 년 전 어느 해, 부활주일새벽연합예배에는 5~6천여 명의 캘거리 교민들 중 300명이 넘는 기독교인이 참석했는데 그 예배 열기가 대단했다. 연합 성가대와 특순 등으로 예수부활의 기쁨을 만끽했고, 예배 후 으레 식당에서 베푸는 구수한 국밥과 김치 깍두기 맛들은 잊을 수가 없다. 새벽 식사시간은 하나의 교회에서 이해타산으로 서로 갈라섰던 교우들 간의 안부와 회포를 푸는 자리이기도하다. 힘들고 고달픈 이민생활에도 불구하고 밤잠을 설치면서 며칠간의 노고로 만들어진 국밥들이 주는 의미는 보다 심오하다. 베푸는 자나 받는 자 모두가 행복하다. 그만큼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에 일 년에 단 한번 만나서 짤막한 회포를 나누는 분들이 여럿이 있다.

근자에 이르러 어느 해인가, 사우스 이스트 벧엘장로교회에서 열린 새벽연합 예배에는 연 인원 200여명의 교민이 참석하고, 16명의 벨엘교회 시온찬양대원들의 부활 찬양 곡은 완벽한 화음과 청아한 합창 때문에 마침내 눈물을 글썽 거렸다. 얼마나 많은 분량의 연습을 했으면 수준 높은 화음의 찬양을 했을까? 그리고 교회 식당 친교 실에서 먹었던 국밥은 맛이 일품이어서 두 그릇을 먹은 기억이 새롭다. 웬만한 합창단의 노래수준과 어지간한 음식 맛에도 탄복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새벽 6시, 캘거리 순복음중앙교회 부활 주일 새벽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겨우 50여명 남짓한 교민이 참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쇄락의 길을 걷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속 교인들의 친절한 안내와 정성어린 떡 봉지 선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맥없고 초라한 예배로 전락한 것이 개운치 않다.

교역자 협의회 산하 그 많은 교역자와 장로, 안수집사들 중 겨우 십여 명 정도가 참석하고, 한 중년 여인의 괴성 고함의 목소리 때문에 찬송과 통성기도 시간에 많은 참석자들이 미간을 찌푸렸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래저래 우울했던 부활주일 새벽예배다.

여러 이유가 많을 것이나, 어떻든 내년 집회가 걱정된다. 기도하면서 지켜볼 뿐이다.

이 새벽에 “누가 강도 만나 거의 죽은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는 예수의 말씀처럼 새롭게 들려오는 음성이 있다. 삶의 소중함을 깨달고 사랑과 봉사와 희생의 정신으로 정성껏 삶을 일구어낸 죽은 자들을 기억한다. 내가 만나서 깊은 교제를 나누었던 고인(故人) 들 ㅡ 나의 어머니 차 순자 권사 나의 누이 김 정길 권사, 한 경직 목사, 장 기려 박사 그리고 캘거리 송 데레사 여인을 기억한다. 죽은 자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용기가 있는 한 이들을 칭송할 것이다. 나는 몇 해 전, 송 데레사 여사의 캘거리 천주교회 영결 미사 장례식에서 조사를 낭독하며 ‘작은 예수’라고 말했다. 그분의 선행은 이루 혜아릴 수가 없다. 아직 죽은 자들에게 기억할 힘이 있는 한, 나는 그분들이 어떤 경로와 방법을 통해서든 살아서 돌아오시기를 간구한다. 부활의 신앙을 믿는 한, 부활의 참된 선물은 살아서 사랑과 자비를 베푼 자들이, 죽어서 받는 하나님의 은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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