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35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박영미 시인의 영면을 애도하며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6-11-02 (수) 02:51 조회 : 23136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55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지난 주일 오후(23일), 운정(雲情) 박영미님이 오랜 병고(病苦)끝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인생의 무상함으로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서둘러 낙엽 보내고 / 홀로선 나무 밑에 홀로 앉아 / 귓뒤로 넘겨보는 / 늦가을 바람은 찬데 / 돌 틈에 떨어져 있는 잎새 하나 / 노핳게 채색된 메이플리프 / 먼저 떠나간 잎처럼 / 성숙하게 자라지 못한 / 그 작고 애처로운 몸으로 / 홀로 우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목이 터지도록 쳐다보는데 / 저만치 낮은 하늘엔 / 저녁 노을 붉게 타고 / 힘든 하루 끝 거친 손으로 / 마지막 잎새를 집어 / 책갈피에 끼우려니 눈물이 난다. / ( ‘마지막 잎새‘ 박영미- 2004 열린문학 시인등단 당선작품 중에서)

운정은 생전의 그의 시와 문학작품들 가운데, 유독 가을의 낙엽과 비,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늘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럴 겁니다. 그 힘들었던 여름을 참아내시고 그토록 애절하게 노래하며 기다리던 이 아름다운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따라 함께 세상과 멋진 이별을 하셨으니 더욱 그리워집니다.

운정과 저는 캘거리문학 활동에 관한한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2003년부터 몇 년 간 캘거리 문인협회에서 문학활동을 함께했습니다.

2004년 4월, 한국의 격월간 문학잡지 〈열린문학〉을 통해서 운정은 시 부문에서, 저는 수필 부문에서 신인상 당선 작품으로 함께 등단을 한 후, 서로 작품들을 평론하며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운정의 시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애송도 하고 외우기도 했습니다.

운정의 시에는, 삶의 굽힐줄 모르는 도도한 기개가 흐르고 있습니다. 육신의 아픔을 영혼의 고통으로 절규하며 갈아내는 은유적인 시어들이 삶의 무게에 더해지며, 깊은 질량의 표현들을 사랑했습니다.

사그락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부군과 함께 산책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길섶의 풀 한포기, 사금파리 한 조각에도 깊은 애정으로 관찰하곤, 소스라친 감정으로 글을 쓰곤 했습니다.

운정은 언젠가 책으로 엮을려고 그의 블로그에 많은 글들을 저장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유작으로 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운정의 시에 대한 열정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창작활동을 계속하다가 1973년 캐나다의 이민 생활 중에서도 문학활동이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우수한 시 창작활동이 제16회 허난설헌문학상(2005년)을 수상하고 이어서 한국 YTN글로벌 TV우수작으로 선정되는 등, 알버타저널 편집인과 병마와의 힘든 삶 속에서도 시와 수필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재작년 늦여름에 안길웅 내외분을 저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텃밭에서 기른 대파, 상추, 연근 잎 등으로 식사를 하며 덕담을 나누었는데, 건강이 매우 호전되어서 작품활동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애도의 글을 쓰고 있으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 어머니께 사랑 받는 것 / 아이를 키우는 것 / 가정을 돌보는 것 / 그리고 / 시를 쓰는 것 / 아 그렇지 /세상을 그저 / 그렇게 살아가는 것 /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 어머니가 나를 사랑 하는 것 보다 / 내가 어머니를 더 사랑 하는 것 / 인생여정 / 아이처럼 되는 것 / 욕심을 가슴에서 버리는 것 / 그리고 죽지 않은 시를 쓰는 것 / 아 또 하나 / 헛 세상을 살지 않는 것 / 주어진 대로 / 허물없이 살다가 /그냥 그렇게 살다가 / 가는 것 (‘어느 여시인의 고백’ 글/박영미)

늦가을 들꽃

산책을 나갔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코스를 택했다 바람이 쌀쌀하여 운동복을 추스린다 아침이 토해낸 서리에 젖은 잡초, 그 까칠한 표정이 사르락사르락 바람에 일어서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로 반짝이는 들꽃 하나, 홀로 되어 더디 걷는가? 역경에 소스라치는 소리도 없이 눈부시게 피어있다. 침묵이 침묵으로 시들어도 깊은 뿌리는 매년 겨울을 남아.......( 글/박영미. 블로그 ‘사금파리’ 메모 중에서)

캘거리 문학계의 큰 별이셨던 박영미 시인은 이제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의 숭고한 영혼의 노래들은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우리 문인들 가운데 영원히 머무르며,삶에 지치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따사로운 위로로 우리를 지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운정님,

부디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주의 날개 밑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총 게시물 35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7641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7686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7803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8400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2084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마지막 피자 배달이에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나섰어요 세상이 꽁꽁 얼어 있어…
12-30 12480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주님 새해에는 어머니의 체온으로 오소서 어릴 적 물에 빠져 언 심장을  흰 저고리 풀어 헤치고 따듯한 …
01-09 1302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설날 아침 새벽이다.  마음은 이미 고향에 있는데, 이 몸을 초승달 쪽배에 태우고 훨훨 날아 …
03-13 13377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한가위 날, 저녁놀이 미끄러지듯 어두움이 스멀스멀 몰려오면 동녘 하늘 지붕 위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오…
09-11 13665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향해 "애처롭구나". 속삭이니, 달력은 오히려 날 보고 "너무 초조해 마십시오" 가엾은 …
12-27 14502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넬리 신(Nelly Shin 47세 한국명 신 윤주 ) 신임 당선자가 연방의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초선 의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선…
12-12 1458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오늘(5월 13일)은 캐나다 어머니 주일, 여전히 넘치는 성령의 풍성함, 활기찬 은혜가 온 성전을 …
05-17 1464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아들의 교대 덕분에 일찍 가게 문을 나섰다. 한 해의 가는 길목이 불안하고 썰렁하지…
01-19 14649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 산마루 저녁놀 보다는 새벽미명이, 칠흑의 밤이 새벽여명보다 더 아름다워, 가슴이 뜨거워 질 때가 있다. 밤은…
03-12 14754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협회)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읊조리기만 해도 마음은 으레 어릴 적 고향마을로 달려간다. 토박이 농…
09-05 14985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일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사업을 해도 실패하셨던 분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
05-31 1530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가을은 사유의 계절이다.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불현듯 만나, 처절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세…
10-24 15474
김민식 한 순간의 장면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어느 사이에 행동으로 옮겨지며 자신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행…
03-27 15609
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인협회) 모처럼 아침 밥상에 만둣국이 나왔다. 맑은 국물에 다진 파, 계란고명을 얹고 김치가 곁들여진 단출한 식탁이다.…
06-06 1562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제 9회 캘거리 한인 문학제가 지난 9월 28일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연인원 140여 명의 교민​들이 참석한 …
10-31 15960
목록
 1  2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