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29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박영미 시인의 영면을 애도하며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6-11-02 (수) 02:51 조회 : 29226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55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지난 주일 오후(23일), 운정(雲情) 박영미님이 오랜 병고(病苦)끝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인생의 무상함으로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서둘러 낙엽 보내고 / 홀로선 나무 밑에 홀로 앉아 / 귓뒤로 넘겨보는 / 늦가을 바람은 찬데 / 돌 틈에 떨어져 있는 잎새 하나 / 노핳게 채색된 메이플리프 / 먼저 떠나간 잎처럼 / 성숙하게 자라지 못한 / 그 작고 애처로운 몸으로 / 홀로 우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목이 터지도록 쳐다보는데 / 저만치 낮은 하늘엔 / 저녁 노을 붉게 타고 / 힘든 하루 끝 거친 손으로 / 마지막 잎새를 집어 / 책갈피에 끼우려니 눈물이 난다. / ( ‘마지막 잎새‘ 박영미- 2004 열린문학 시인등단 당선작품 중에서)

운정은 생전의 그의 시와 문학작품들 가운데, 유독 가을의 낙엽과 비,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늘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럴 겁니다. 그 힘들었던 여름을 참아내시고 그토록 애절하게 노래하며 기다리던 이 아름다운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따라 함께 세상과 멋진 이별을 하셨으니 더욱 그리워집니다.

운정과 저는 캘거리문학 활동에 관한한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2003년부터 몇 년 간 캘거리 문인협회에서 문학활동을 함께했습니다.

2004년 4월, 한국의 격월간 문학잡지 〈열린문학〉을 통해서 운정은 시 부문에서, 저는 수필 부문에서 신인상 당선 작품으로 함께 등단을 한 후, 서로 작품들을 평론하며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운정의 시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애송도 하고 외우기도 했습니다.

운정의 시에는, 삶의 굽힐줄 모르는 도도한 기개가 흐르고 있습니다. 육신의 아픔을 영혼의 고통으로 절규하며 갈아내는 은유적인 시어들이 삶의 무게에 더해지며, 깊은 질량의 표현들을 사랑했습니다.

사그락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부군과 함께 산책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길섶의 풀 한포기, 사금파리 한 조각에도 깊은 애정으로 관찰하곤, 소스라친 감정으로 글을 쓰곤 했습니다.

운정은 언젠가 책으로 엮을려고 그의 블로그에 많은 글들을 저장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유작으로 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운정의 시에 대한 열정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창작활동을 계속하다가 1973년 캐나다의 이민 생활 중에서도 문학활동이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우수한 시 창작활동이 제16회 허난설헌문학상(2005년)을 수상하고 이어서 한국 YTN글로벌 TV우수작으로 선정되는 등, 알버타저널 편집인과 병마와의 힘든 삶 속에서도 시와 수필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재작년 늦여름에 안길웅 내외분을 저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텃밭에서 기른 대파, 상추, 연근 잎 등으로 식사를 하며 덕담을 나누었는데, 건강이 매우 호전되어서 작품활동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애도의 글을 쓰고 있으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 어머니께 사랑 받는 것 / 아이를 키우는 것 / 가정을 돌보는 것 / 그리고 / 시를 쓰는 것 / 아 그렇지 /세상을 그저 / 그렇게 살아가는 것 /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 어머니가 나를 사랑 하는 것 보다 / 내가 어머니를 더 사랑 하는 것 / 인생여정 / 아이처럼 되는 것 / 욕심을 가슴에서 버리는 것 / 그리고 죽지 않은 시를 쓰는 것 / 아 또 하나 / 헛 세상을 살지 않는 것 / 주어진 대로 / 허물없이 살다가 /그냥 그렇게 살다가 / 가는 것 (‘어느 여시인의 고백’ 글/박영미)

늦가을 들꽃

산책을 나갔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코스를 택했다 바람이 쌀쌀하여 운동복을 추스린다 아침이 토해낸 서리에 젖은 잡초, 그 까칠한 표정이 사르락사르락 바람에 일어서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로 반짝이는 들꽃 하나, 홀로 되어 더디 걷는가? 역경에 소스라치는 소리도 없이 눈부시게 피어있다. 침묵이 침묵으로 시들어도 깊은 뿌리는 매년 겨울을 남아.......( 글/박영미. 블로그 ‘사금파리’ 메모 중에서)

캘거리 문학계의 큰 별이셨던 박영미 시인은 이제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의 숭고한 영혼의 노래들은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우리 문인들 가운데 영원히 머무르며,삶에 지치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따사로운 위로로 우리를 지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운정님,

부디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주의 날개 밑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총 게시물 29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12453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2825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524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712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오늘은 41년 잛은 전통의 캘거리 한인회의 선도적인 변화의 위대함을 전 세계 한인 동포들에게 다시 한 번 선언하는 …
12-12 1835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넬리 신(Nelly Shin 47세 한국명 신 윤주 ) 신임 당선자가 연방의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초선 의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선…
12-12 2003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 옆에 서 있으면 나의 영혼도 어느 사이에 맑아진다. 기쁨이 차오른다. 그저&nb…
12-05 2129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제 9회 캘거리 한인 문학제가 지난 9월 28일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연인원 140여 명의 교민​들이 참석한 …
10-31 21495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캐나다 선거법에 의하면 캐나다 연방 총 선거는 적어도 4년에 한 차례씩 치르도록 정해져 있다.  법 규정에 따…
09-10 22914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사건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기미년 3.1 운동의 순수한 역사적 의미가 훼…
03-13 2148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권한은 책임과 의무를 전제 조건으로 위임받는 것이다. 설립자나 창업자의 혼이 깃든, 권한을 위임받은 …
11-07 1856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느닷없는 초고속 장수 시대에 진입하면서 삶의 지혜가 더욱 필요함을 느낀다. 생활의 지혜, 생각의 지혜를 넓…
11-07 1929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가을은 사유의 계절이다.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불현듯 만나, 처절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세…
10-24 2183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로키 뷰 병원에 입원했다.생전에 그렇게 심한 복부 통증은 처음 경험을 한 것이라, 전날 밤 생…
09-02 22344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협회) <캘거리 부활절 새벽연합예배>가 몇 주 남았거니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4월 1일 캘거리 교역자 협의회 …
03-26 20613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인 협회) ​기미년 삼일운동을 기념하는 연례 행사가 지난주 2월 24일 오후 6시,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150여 명의…
03-03 21270
청야 김 민식 (캘거리 문협)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계절, 6월이 오면 까치에 관한 생각이 나서 흐뭇한 추억에 잠긴다. 타운 하우스 뒤…
06-21 21162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산맥 산등성이는 하얀 소복의 여인들이 아직도 너울너울 강강술래를 하고 …
05-31 24393
김민식 한 순간의 장면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어느 사이에 행동으로 옮겨지며 자신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행…
03-27 21042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3월 둘째 주의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뛴다. 초순께를 벗어난 달은, 정오가 넘어 희미한 조각배로 동쪽 …
03-11 19395
목록
 1  2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