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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맨쉬-31주년 합기도 토너먼트
by Reporter | 15.11.12 12:21 | 21,216 hit

Calgary The 31th Annual Hapkido Tourna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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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장애자 휠체어에 개량한복을 입은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머릿결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다소곳이 않아 있고, 두 건장한 젊은이가 양쪽에서 느리게 휠체어를 밀고 간다. 불현 듯 노인의 양 어께에 두 손들을 뻗으며 겁탈을 시도한다. 위험을 느낀 노인은 갑자기 두 손으로 젊은이들의 양 손을 잡고 비틀며 동시에 3〜4m 전방을 향해 360도 회전을 하며 한 바퀴 같이 뒹군다. 두 젊은이는 ‘쿵’ 하는 요란 소리와 함께 매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큰 고통의 신음소리를 낸다.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일어난 호신무술이다.


한 사범관원이 매트위에 누워 있다. 노인의 기합소리에 온 몸이 돌덩어리처럼 굳어지면서 최면에 걸린다. 두 젊은이가 사범관원의 머리와 발끝을 양쪽에서 들어 양끝에 서너 장씩 쌓아올린 시멘트블록 위에 머리와 발을 얹어 놓는다. 최면의 징검다리 배위에 수박한 덩어리가 얹어지고 노인은 날카로운 장검으로 수박을 두 동강 낸다.

부채와 지팡이로 젊은이들의 공격을 방어한다.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몹시 아픈 듯 신음소리가 요란하다. 대원, 관중들이 숨을 죽이며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지켜보며 손에 땅을 쥔다. 마지막순서에 합기도 9단 전각(田覺) 윤병옥 관장의 시범공연 장면 들이다.


그렇다. 전각(田覺)은 아직도 노년 삶의 매순간을 아슬아슬하고 분주하게 살고 있다.


‘Yoon's Martial arts School’이 매년 주최하는 서른한 번째 개최되는 ‘합기도 무술대회’가 지난 11월 7일(토)오전 10시 캘거리 북단 ‘The Genesis Centre’에서 450여명의 관원생 중 신청한 200여명이 참가했다. 일주일전 참가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해를 거듭할수록 열기가 더해진다고 했다. 4살 어린이로부터 중년의 남녀들이 시합에 참가했다. 초등학교 어린이 들이 절반을 넘는다. 그중에서 여자대원들이 어림잡아 절반이 될 성싶다. 철저하게 교육받은 50여명의 자원봉사 심판요원―어려서부터 수련해온 관원 생 출신들이 줄잡아 10,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들 중 의사 변호사 언론인 교사 등, 다양하고 건전하게 성장한 젊은 남녀들 중에서 선발됐다. 심판원 자녀들의 상당수가 이날 시합에 참가했다. 심판원이 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보조진행요원 등 줄잡아 70명이 넘는다. 선수육성 발전을 위한 기금 입장료 5불을 내고 입장한 부모 친지 등, 5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대형 캐나다국기가 선수들에 에워싸여 강당을 돌며 입장하면서 캐나다 국가가 불리고 곧이어 대형 태극기가 장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윤병옥 관장과 소프라노 이강신 권사가 이중창으로 애국가 1,2절을 불렀고, 나는 하모니카로 반주를 했다. 이강신 여사는 이 모습이 감동에 겨운지 목이 메었고 연습 때는 가끔 눈시울을 훔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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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장은 훈시는 간단했다.

“Be proud and unbending in honest defeat, humble and gentle in victory.”

특히 아름다운 패배의 가치를 강조했다. 정직한 공격과 방어의 자세를 강조하는 동안 어린선수들의 별빛같이 반짝이는 총총한 눈망울들이 동그래지며 목청을 돋우어 화답한다. 어린이들이 기합을 넣은 굉음의 힘찬 목소리는 이곳에서 처음 듣는다.

승자의 상패와 트로피 보다는 멋진 패배자의 상패가 더 소중함을 가르치기에 학부모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그랜드마스터 윤을 존경하는지 모른다.


시합관복 양 어께에는 태극마크와 캐나다마크를 부착하고 9개의 체급별 테이블 매트에서 심판원 선수 모두가 한국어로 구령한다. 시합도중에 발목 등, 골절 부상을 당한 초등학교 어린 선수들이 쩔뚝거리며 다가오면, 의료용 침대에 누인다. 윤관장 특유의 의료 침 시술 후, 10여분이 지나면 다시 시합코너로 가서 시합에 참가한다. 팔 한쪽을 잃은 16세 소녀가 시합에 참가해서 용감히 대결했다. 이곳의 일간 신문사,방송국 기자들이 취재에 열을 올린다.

나는 그들의 기백에서 무서운 전율을 느낀다.


언젠가 말끔한 정장 양복에 터번을 두른 노인을 시합장에서 만났다. 수행비서가 따르는 것을 보아 커뮤니티 지도자로 짐작된다. “마스터 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커뮤니티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도자 중 한 사람이요.”


윤관장의 기독교 신앙은 남다르다. 오직예수다. 오죽했으면 개척교회를 하면서 합기도장 건물을 수개월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을까?


그럼에도 그는 관원들을 매우 사랑한다. 종교를 초월한다. 어느 소수민족보다도 수입의 많은 부분을 교육비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 무한한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시크교, 이슬람, 힌두교인들로 구성된 인도 파키스탄 공동체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이 절반을 넘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제자들이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위버멘쉬(UBERMENSCH)가 떠오른다, 영어로superman, overman 또는 ‘힘에의 의지’ ‘초인’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표현의 의미가 약하다.

‘위버맨쉬’는 끈임 없는 자기극복을 통해서 자기를 넘어서는 힘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 세상의 주인을 창조해 간다. 어깨위에 놓여있는 자기 짐을 내려놓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용기가 상승한다. 노년, 자유정신의 힘이 솟는다. 인간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항상 자연(대지)의 뜻을 살펴 예술가 적인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노년에 ‘위버맨쉬’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이다.

그는 집 처마 끝에 둥지를 튼 로즈핀치 작은 딱새의 부화과정에 감동해서 몇 페이지에 걸쳐 이곳 주간신문에 기고하고, 집뜰 텃밭을 일구며,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운 자연석 차돌위에 날밤을 새며 각인을 하듯 붓으로 빼곡히 쓴 시, 편지들을 받침대위에 놓아 선물하곤 한다.


노인의 머리위에 위대한 정오의 그림자, 허상이 가장 짧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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