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나는 지금도 세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낙관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정유년 새해벽두부터 세상이 왠지 불안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이야기하는 예측기사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의 어깨가 쳐지고 왠지 얼굴이 어둡다.
한 여론조사(YouGov poll)단체가 세계가 점차로 좋아지고 있는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 미국인의 6%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팍스아메리카나시대가 지나가고(PaxAmericana is Over), G-7, G-2 의 지배력도 급속히 약화된다는 어두운 예측(NewYork타임즈)도 있는가 하면, 이언 브리머(Ian Bremer)의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일찌감치 지적한 것처럼 G-Zero의 시대로 접어든다고 진단했다. 아무튼 2017년은 역사의 커다란 분기점을 긋는 해(CNN)가 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세계 최대의 부채국가인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도하면서 트럼프의 돌출 정치가 혼돈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슬람 국가인IS세력의 약화가 되레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보복으로 잔혹한 피를 뿌릴 것이다.
이래저래 불안한 소식들이 새해벽두부터 넘쳐나는 가운데 데이비드 존스톤(David Lloyd Johnston) 캐나다 연방총독의 신년사가 상긋하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영국계와 프랑스계, 원주민 합의로 결성되면서 다양성의 가치를 내걸고 탄생했다. 인종과 종교, 문화를 아우르고. 서로 다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다짐하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출발했다. 다문화국가 ― 연방정부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한 ‘캐나다연방건국 150주년’ 신년사는 희망의 신선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소중한 기회를 보다 더 좋은 나라로 이룩하는 기회로 만들 것을 주문하고, “150년 전 건국할 당시 캐나다는 위대한 실험을 시작하면서, 그 전제 조건으로 존중(respect), 협의(compromise), 공동대의(common cause)의 범주 안에서 더불어 일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캐나다 국민은 서로 다른 것을 이전보다 더 융합하는 기회로 국가 건설을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2017년 우리가 남겨 줄 유산은 개혁(innovate), 개선(improve), 보다 나은 국가를 건설(make this country even better)할 것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짤막한 표현이지만 서로 다른 것 들을 융합한 새로운 창조의 힘으로 보다 발전된 국가를 건설하자는 대목이 유독 눈에 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융합은 자기 안의 낯선 울타리를 지속적으로 허무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름 것들은 낯선 것이다. 낯선 것이란 자기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자칫 틀렸다는 선입관이 앞설 수 있다. 캐나다는 그 어느 국가보다도 문화와 종교, 윤리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원한다. 캐나다에서 우리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울타리를 치면 결코 주류사회로 진입할 수 없다. 낯섦을 포용하고 인정하는 곳에 관용정신이 넘쳐나서, 우리 한인들의 저력을 펼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우리의 꿈과 희망을 창조하는 지름길이 낯섦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전락한 것은 낯선 것들이 두려워 자기 울타리를 치고 밀실 정치를 자행했기 때문이 아닐까?
트럼프 미대통령 당선자가 벌써부터 트럼프 그룹의 경영진인 아들 딸 사위들을 정치 최 측근 막후 실세로 기용하고, 내각에 트럼프 그룹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투자은행 출신들을 기용하는가 하면, 컴퓨터 사용이 미숙하다고 컴퓨터 혐오증의 울타리를 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백악관 컴퓨터를 최신 모델로 바꾼 것은, 후임자가 국정을 편하게 수행하도록 한 배려였는데 이마져 물거품이 될 판국이다. 낯선 것을 두려워해서 포용할 줄 모를는 정치인들의 종국은 파멸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우리의 울타리를 과감히 걷어내고 낯선 길을 향해 도전하자. 우리의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고 그들의 낯선 문화, 낯선 종교, 낯선 윤리관을 포용하고 이해하자.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끼리 어울리는 것을 지향하자. 틈만 나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며 사랑을 나누자. 총독의 신년사에서 우리국민에게 요구한 ‘보다나은 캐나다 국가 건설’을 위한 대열에 동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