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줘 ‘품위 있는 죽음’을 돕는다는 취지이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불분명해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은 “안락사를 위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은 캐나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대법관 9명 전원일치로 ‘안락사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성인 환자가 자신의 안락사에 동의할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의회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새 법률을 제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기간을 감안해 1년 후부터 안락사를 허용하도록 결정했다.
대법원은 “명백히 자신의 삶을 끝내는 데 동의하고,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참을 수 없이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인, ‘성숙하고 자기결정권이 확실한’ 성인”을 안락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이 나을 파장을 의식한 듯 “혹시 모를 한 때의 감정과 상황에 의해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는 “안락사는 단순히 불행하거나 불편한 생활을 종료하는 도구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라며 우울증이나 정신지체 환자 등에게 오·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법 제정 과정에서 안락사의 남용과 대상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세부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01년 네덜란드가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이래 안락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는 논쟁을 촉발해왔다. ‘살 권리’과 ‘선택할 권리’라는 가치의 충돌 위에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에스토니아, 알바니아 등이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을 법으로 허용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몬타나, 뉴멕시코 등 5개 주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생명연장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격의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