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연일 인터넷 곳곳에 ‘부산행’ ‘부산행’ 해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8월5일(금) 캘거리에서 개봉했다. 그래서 씨네 플렉스 오디언
극장(Cineples Odeon Westhills Cinema) 으로 갔다. 나도 ‘부산행’ 열차에 올라 타기로 하고
7:30 분 표를 끊고 ‘부산행’ 열차에 탑승했다.
가보니 왠일?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자리가 거진다 찼다. 거기다 놀라운 것은 캐네디언들도 꽤 왔다는 것. 그들도 각종 인터넷 싸이트에서 이 영화의 소문을
듣고 방문한 것 같았다. 캐나다 시장도 완전 불모지는 아닐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특히 영화의 속도감이 좋았다. 이야기전개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정말 기쁜 소식은 몬트리올에서 열린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에서 작품상(대상)을 탔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이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하니, 수고했다고 등이라도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부산행 영화는?
이 영화는 좀비 영화다. 뭐 딱히 좀비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좀비로 감염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니까 좀비 영화라 할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 다 보면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 영화와는 좀 달랐다. 우리가
알고있는 좀비 영화는 흔히들 좀비들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기어 나오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일반 공포영화 같은 걸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을 전달하면서 공포감을 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초점이 있다.
그래서 내 느낌은, 재난영화에 휴먼드라마를 섞은 후 스릴러 장르라는 토핑을 올린
다음 공포영화적 요소로 간을 맞춘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믹스 해 놓은 듯 하다.
기록
부산행은 한국 영화 개봉 첫 주 5일간 역대 최고 흥행기록(명량)을 뛰어넘었고, 최단기간 100만, 200만, 300만,
400만, 500만, 6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는 등 그야말로 흥행 폭주기관차 이다. 또한 칸 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고 북미에서 흥행성적이
좋게 나타나고 여러가지 이슈를 낳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첫번째 1000만 관객 달성영화가 되었다(8월7일 현재)
연기자들
주인공 공유는 기존의 영화에서 깔끔하고 훤칠한 젊은이 또는 약간 선생님 같은 이미지로
굳혀져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약간
냉철하고 단정한 아빠로 나온다. 그의 초기 작품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영화에서는 깐족대는 양아치로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전혀 없는,
의식 있는 젊은이 같은 느낌이다. 영화에서 공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의 연기도 나쁘지는 않았다. 펀드 메니져로써의 단정, 깔끔한 이미지가 어울릴 법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의 강력한 적은 주변에 있는 조연이 아니었나
싶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던 김의성 이다. 그는 극단에 놓인 인간의 야비함과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모티베이션을 자극한다. 정말 그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그가 그 역할 자체인 것 같아서 큰 박수 쳐주고 싶다. 그 다음엔 마동석, 약간 싸구려 마초 같은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해서 박수. 그 또한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좀비 역으로 출연한 엑스트라 여러분 들. 정말 하나같이 목숨 걸고 연기하는 걸 보았다 존경스러웠다. 작은 부분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이 영화의 디테일과 무게감을 살려내고 있다.
박수 쳐주고 싶은
우선 연상호 감독을 말하고 싶다. 그는 원래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하던 감독인데.
실사영화를 시도해서 멋지게 소화해 냈으니 박수 쳐주고 싶다. 2시간의 상영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속도감 있게 몰아가는 그의 연출력은 정말 칭찬받을 만 하다. 어쩌면 한국인의 특성을 잘 파악한듯, 한국인은 전반부 30분간 몰입할 만한 속도감을 못 느끼면 뒤로 갈수록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은 CG기술 사실 좀비들의 움직임 특히 떼로 몰려오는 장면은 컴퓨터를 쓰지 않으면 실제로 촬영이 불가능하다. 컴퓨터 기술인 줄 알면서도 유치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컴퓨터의 기술과 이야기의 속도감이 만나서 잘 버무려 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 보편타당한 줄거리, 누구나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 아내와 별거중인 아빠, 고등학생 연인,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
옭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그리고 그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등등 누구나
한번쯤 사회에서 겪어 보았을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 이다. 이것을 2시간
동안 유연하게 몰아가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을까?
물론 있다. 뛰어난
속도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와 플롯이 굉장히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칼의 양날 같다. 보편타당한 정서로 호응을 이끌어 내는 한편, 그것이 신선하지 못한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결정적인 순간에 벌어지는 약간의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 같은 분위기. 딸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택이라
든지 뱃속에 든 아이와 와이프를 위한 선택이라 든지, 특히 마지막에 아이 이름을 지어주고 죽는 아빠의 모습은
영웅본색의 장국영 때부터 계속 써온 구조이기도 하다(물론 더 오래전부터 써왔지만 필자의 뇌리에는 장국영이
하도 찐하게 남아 있어서..쩝쩝). 사실 스릴러나 공포영화에 감동적인
장면을 넣는 것이 이미 유행이 되어있다. 그러니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물론 좀비 영화라는 게 거기서 거기니깐 새로운 이야기가 없을 법도 하지만, 외부 절대재난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은 예전에 탐 크루즈가 주연한 ‘우주전쟁’이라는
영화의 구조와 꽤 흡사하다. 그리고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괴로워하는 모습은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 때의 느낌과 약간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떼로 몰리는 좀비의 느낌은 ‘월드워Z’의 느낌과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런 요소도 눈감아
주자. 더 나은 작품으로 가는 시도로 봐주고 싶다.
한국형 좀비 영화?
좀비라는 소재를 한국형으로 소화하는데 일단은 성공한듯 싶다. 그러나 나는 또 다른 제2 제3의 좀비 영화가 나오는 것 원치 않는다. 누가 뭐
하나라도 잘되면 우후죽순처럼 너도 나도 따라하는 걸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안될 것 같은 소재를
우리식으로 녹여 내는 것은 반드시 우리가 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런 노력이 어쩌면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강국으로 가는 길 아닐까? 고지가 보인다. 난 이 영화에서 중국영화나
일본영화와 다른 우리만의 것을 녹여낼 수 있는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박수 쳐주고 싶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얻은 절대적 진리.
“좀비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Woody Ki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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