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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이라는 영화가 남긴 여운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6-09-30 (금) 10:50 조회 : 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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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가 풍년은 풍년인 모양이다. 한국내에서도 굵직한 미국영화들 제끼고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고 외국에서도 호평과 주목받는 영화가 많고 흥행면에서도 어느 해보다 풍성한 한해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영화들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 준비 되어 있으니 한국영화의 수준이 날로 경쟁력이 있어지는 것 같아 한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써 기분이 좋아진다.

9월24일(토) 캘거리 씨네 플렉스 오디언 극장(Cineplex Odeon West hills Cinema) 으로 갔다. 저녁 시간인데 사실관람객 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부산행 보다는 약간 덜 이슈화 되었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즐겁게 보았다. 한국내에서 현재 70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흥행몰이 측면에서는 대단한 작품이라 하겠다.

‘밀정’ 이라는 영화는?

이 영화는 시대극 영화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 나라를 구하려는 사람. 조선을 지배하려는 일본인. 이 모든 것이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힘들고 어두웠던 우리의 옛 역사와 아픔, 민족, 그런 것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밀정’을 보러 영화관에 가서 표를 사려는 데 갑자기 생각났다. 영어로 표를 달라고 하려면 영어 제목을 알아야할텐데 그래야 캔 아이 해브..어쩌구 저쩌구 할 텐데. 큰일났다. 그래서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동안 생각했다 스파이 어쩌구 일까? 아니면 시크릿 에이전트 뭐 이정도? 일까? 하고 머리를 굴리는데 알고 보니’ The Age of Shadows’ 였다. 아하 그림자의 시대 즉 암울한 시대 라는 뜻 의 제목이다. 제목 한번 참 잘 지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와 시대가 비쳐졌고 그 안에서 서로 갈등하는 인물들을 잘 그려냈다. 그리고 내가 만일 저 입장이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의문 ‘나는 과연 개인의 목숨을 내 놓고 조국을 위해 투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나를 마치 커다란 둔기로 뒷머리를 때리듯 멍하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간단하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는 세밀하고 디테일이 있고 나름 긴박감이 좋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송강호와 의열단의 공유가 만나게 되고 다른 목적을 가지고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 진다. 이 둘은 그 시대 양쪽 극에 놓여있는 입장이고 어쩔 수 없이 서로 견제를 하며 속고 속이는 가운데 서로에게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새어 나가고 각자 상대편에 숨겨놓은 스파이 즉 밀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폭탄을 경성으로 보내고자 하는 의열단은 상해에서 기차에 폭탄을 싣고 출발하고 그 기차에 일본인 경찰도 가세 하면서 기차안에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신경전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회유, 암투, 교란작전, 누가 밀정인지를 잡아내야 하는 긴박감 등이 섞이면서 영화는 흐르고 기차는 경성에 도착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이 지나가는 동안 송강호는 회심을 하게 되고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거사를 치뤄내는 애국자가 되는 그런 영화다.

아! 나의 부족함 이여

정말 뜬금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어이 없던 점이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일어난 일이기는 하다.

영화를 보면 일본인 경찰 고위관리와 송강호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서로 일본말로 대화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뿔싸. 자막이 영어만 있네? 으잉? 둘이 얼마나 일본어를 잘 하는지 진짜 일본말에 가깝고, 자막 영어는 무지 빨리 사라지고, 자막 읽는 것도 시원치 않고 일본어도 모르니 내용을 짐작을 못하겠네. 이런. 그리고 그런 장면이 무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상해 씬 중에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부분도 있는데 여기도 달랑 영어자막 밖에 없다. 줄거리 놓칠 뻔 하였다.

감독, 연기자들

감독은 김지운 감독인데 나름 한국에서 행보가 뛰어난 감독이다. 흔히들 말하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다. 예전 조용한 가족이라는 코믹 잔혹극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그때 송강호가 출연을 한다. 이후 반칙왕 이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그때는 송강호가 주연이었다. 그 다음 장화홍련 이게 히트였다 문근영을 스타로 올려놓은 영화이자 호러 영화도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다음 느와르 달콤한 인생 이때는 이병헌을 주연으로 해서 또 한번 이슈 되었던 작품이다. 그 다음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에서는 이병헌과 송강호 둘다 등장시켰다. 대단한 감독이다. 송강호와는 인연이 깊은 감독이다. 그리고 이병헌 은 이번 영화에서 의열단 단장으로 우정출연을 했다. 김지운 감독은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흥행과 비평 쪽에서 둘다 성공을 거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배우 송강호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다, 몸값은 물론 연기력도 최고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영화를 고르는 그의 안목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고르는 그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뛰어나다 .그가 나온 영화는 어떤 작품이든 평균 안타 이상을 치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잃지 않은 체 스크린 위에서 관객을 꼼짝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배우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 배우의 기를 너무 눌러서 대등한 연기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는 뛰어나면서도 고민해야할 점도 있는 배우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송강호와 공유가 맞붙는 장면이 나오면 공유가 너무 선해 보인다. 선해 보이는 것은 좋은데 스크린 장악력이 송강호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을 너무 자주 많이 받았다. 그것이 자칫하면 연기력 없는 공유로 비춰질 꺼 같은 우려도 들게 한다. 공유와의 갈등에너지 보다 이 영화에서는 송강호 부하로 나온 하시모토(엄태구)가 대단하다.

송강호를 위협하면서 의심하고 조여오는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필요한 요소 즉 스릴러 적인 측면을 끌고가는 일등공신이라 하겠다. 비열한 눈빛, 약간 허스키하고 쇳소리에 내려 앉은 톤은 새로운 악역 기대주의 탄생을 보는듯 하다. 특히 영화 앞부분에 의열단을 놓치고 하시모토가 그의 부하를 빰 때리는 장면은 정말 명 장면(?) 이다.

그 외 곳곳에 포진된 단역 배우들도, 그 다지 눈에 익은 배우들도 아닌데 나름의 소소하고 자잘한 역을 충실히 소화해 낸다. 심지어 일본인 배우들도 잘 기용했다.

긍정적 포인트, 부정적 포인트?

긍정적인 점부터 보자면 이야기의 구조를 넘어선 심리적 갈등을 잘 표현해서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그래도 내용을 따라가며 볼 수 있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끝 부분에 가서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내용이라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다음 철저한 고증을 통한 시대상의 반영이다. 심지어 조그만 소품 하나 마저도 정성 있게 준비한 게 느껴진다. 감독의 이야기 전개법이 그래도 쓸 만하고 곳곳에 무엇인가 하나씩은 던져줄 수 있는 장치를 감독은 머리 좋게 배치해 놓았다. 의열단 단장으로 이병헌을 출연시킨 것도 아주 머리 좋은 포석으로 보인다.

부정적 단점 이라면 사실 가장 큰 갈등은 송강호와 공유 여야 하는데 카리스마의 크기가 다른 건지 흡인력이 다른 건지 약간 비대칭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부분을 하시모토가 메꿔주는듯 하다. 그리고 뒷부분을 좀더 스피디하게 편집할 수 는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연 이은 한국영화의 풍년으로 이곳 앨버타에서도 볼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남은 하반기에도 한국영화들이 선전을 해서 조국을 떠나 멀리 이곳에 있는 우리들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국과 애국심 그런 것들을 한번쯤은 생각나게 하는 이 영화가 먼 타국 땅에 있는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여운을 남기고 간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7-03-16 21:11:05 청야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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