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7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송구영신의 공간 속에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9-12-30 (월) 09:51 조회 : 11976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49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마지막 피자 배달이에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나섰어요 세상이 꽁꽁 얼어 있어요 미동이 없는 세상은 두렵고 무서워요 한 해의 세파에 지친 듯 숨을 멈춘 듯 죽은 자 의 무덤 같은 언덕을 오르고 있어요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생기를 몰고 오고 있어요 요양원의 늘어진 성탄트리가 흔들거려요 피자 가방도 신이 난 듯 멋대로 춤을 춰요 이 순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에요

시간 속의 공간들이 잠을 깨우고 있어요 살아나고 있어요 긴 괘종시계의 파열음이 사방을 깨우고 있어요 감옥처럼 굳게 닫힌 문들을 지나 불빛이 서 있는 곳에서 가늘고 쉰 소리가 피어나고 있었어요 "캄 인 샘(Come in Sam)" 고무호스로 온몸을 칭칭 감은 뚱보 노인이 손가락으로 환한 손짓을 하고 있어요 이 순간은 얽히고설킨 끈들이 유일한 생명 줄이고 보호자이에요 지금 신의 천사가 동그란 공간을 들락거리며 지키고 있는 한 목숨앗이는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버트"  20년이 넘는 단골 단골손님이에요 얼마 전에도 늦은 밤 입원한 아내를 위해 양담요 한 장으로 피자를 둘둘 말아 절뚝거리며 갔어요 내 손을 꼭 잡더니 먼저 피자 한 조각을 권하는 거예요

로버트 씨의 공간 이야기

인생의 스토리텔링이에요 입원 한 달 전 까지도 지팡이를 짚고 교회 성가대원으로  봉사한 이야기 은퇴 후 오랫동안 이 요양원에서 봉사한 이야기 독일의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들 내외 이야기 하루 종일 손자들과 지낸 이야기 등등이에요 가족들은 지금은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라는 인생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에요 미스타 로버트 씨는 적막이 무섭고 두려워 나를 부른 거예요 "샘 네가 20년 전 피자를 처음 우리 집으로 배달한 날은 성탄 트리가 휘황했었지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일이었지 와인 한 잔과 피자 한 조각으로 에스 이스트 굳(Es ist gut 좋다)'을 외쳤지 오늘 밤 나와 피자 한 조각으로 마지막 축배를 해 주시게나" "그럼요" 나도 칸트를 흉내 내며 죽는 연습을 했어요 소리를 쳤어요 "에스 이스트 굳"그렇게 우리는 성스러운 제야의 추억을 나누었어요 봉투에는 빨간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어요

포플러 나무가 죽었나 봐요 코르크에 귀를 파묻었어요 따뜻해요 스르르 잠이 와요 졸면 안 돼 나이테 만드느라 왁자지껄 소란 속에서 여린 소리가 들렸어요 어머니의 소리예요 어머니가 살아 계셨구나 따뜻한 음성 어머니의 옹근 얼굴도 일그러 졌어요

정월이에요 로버트 씨의 아내가 부고장을 들고 가게로 찾아왔어요

이미 장례식은 끝났고 제야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혀있었어요

새해에도 신나게 춤을 출 거예요 영혼을 깨울 거예요


이전글  다음글  검색목록 목록

총 게시물 17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789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마지막 피자 배달이에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나섰어요 세상이 꽁꽁 얼어 있어…
12-30 1197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캐나다 선거법에 의하면 캐나다 연방 총 선거는 적어도 4년에 한 차례씩 치르도록 정해져 있다.  법 규정에 따…
09-10 1737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사건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기미년 3.1 운동의 순수한 역사적 의미가 훼…
03-13 1511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제2회 캐나다 한인여류문인협회 열린 시 낭송회 지난 3월 9일(토) 낮 12시, 캐나다여류문인협회가 주최…
03-13 1449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우정(友情), 신비로운 힘을 지닌 가슴 벅찬 단어이다. 인생의 연륜이 깊어 갈수록, 삶을 감동적으로 이끌…
01-19 1815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가을은 사유의 계절이다.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불현듯 만나, 처절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세…
10-24 14862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로키 뷰 병원에 입원했다.생전에 그렇게 심한 복부 통증은 처음 경험을 한 것이라, 전날 밤 생…
09-02 16161
지난 6월 23일(토) 오전 11시 한인회관에서 〈캘거리 한인 라이온스 클럽〉(회장 황 용만) 주관으로, 열린 '캘거리 지역 6.25 참전 …
07-01 16320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앨버타 주정부 국회의원(MLA)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김강민(Michael Kim) 한글학교 이사장이&nb…
06-07 1449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가게가 가까운 이곳으로 이사 온 지 몇 해가 지나서, 베네수앨라 국영석유회사의 캘거리 지점 파견 직원인 …
04-21 13455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캘거리 한인회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음식 바자회가 지난 4월 7일(토) 한인회관 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04-13 16899
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인 협회) 우리부부가 동시에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 담당 의사를 기다린 건,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던 …
07-17 16743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보름달이 아직도 중천에서 발그스레한 얼굴로 가로등 불빛과 어울리며 한적함을 달래는 상쾌한 밤이다. 다리를 건너…
06-28 17622
김민식 한 순간의 장면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어느 사이에 행동으로 옮겨지며 자신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행…
03-27 15150
―The 10th Albertan K-Pop Festival―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여성회가 주최하고, 주간한국•코윈캘거리가 후원하는 〈제10회 알버…
06-20 17013
― 캘거리한인합창단 ―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39년 9월1…
08-26 16185
목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