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아트클럽-
청야 김민식 (캘러리 문협)
1991년, 이민을 결심하고 미국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토론토 등, 몇 개 도시를 혼자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인 목사 다섯 분의 각 가정에서 수삼 일씩을 지냈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 분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 때문인지 자녀들과는 주로 영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지금, 자녀들은 대부분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이민자 모두가 부러워 할 만큼 훌륭하게 성장했다. 근자에 그들 중 한 가정의 자녀가 미국 최고의 증권회사에 취업한 후 뉴욕의 어느 한인 신문에 영어로 칼럼을 게재한 것을 우연히 읽었다. 자기와 주변의 한인 친구들이 부모의 희생으로 성공한 것을 애틋한 심정으로 감사했으나 왜 한국어, 한국문화를 배워주지 않았는지 후회와 원망의 글로 상당 부분 채워져 있었다.
지금 아들내외는, 손자들이 가정에서만은 철저히 한국어를 사용할 것을 강요한다. 유태인 자녀처럼, 한국성장 동력, 국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리라. 나는 한동안 손자들이 학교에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출생이 12월인 관계로 4살에 유치원에 입학하고, 다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그 간을 지켜보던 나의 초조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기우였다.
허나 더 큰 걱정이 생겼다. 한글학교 입학 문제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었다고 믿고 싶고 또한 지엽적인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한글학교에 다니던 어느 지인의 손녀가 학급 선생으로부터 모욕적인 상처를 받고 한동안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는 상세한 소식을 직접 듣고는 지금도 분노가 가실 줄 모른다.
지난 7월 6일부터 10일 까지 N.E 17Ave 캘거리 아트클럽 사무실에서 〈캘거리 아트클럽〉이 주최한〔교민자녀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전통문화 여름학교〕가 있었다. 애당초 20명 정원으로 공고됐으나 부득불 27명의 학생으로 늘어났다.
아내와 나는 손자가 수강생으로 등록한 사실을 가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여름학교가 끝날 무렵에야 알았다. 낡고 오래된 승용차로 손자 두 명을 태우고 남쪽 끝에서 DEERFOOT Trail을 이용해 여름학교에 갔다니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마 진작 알았더라면 극구 말렸을 것이다. 지난 7월 13일 월요일, 손자 두 명과 모처럼 나, 며느리 4명이 나들이 했다. 만나자 팔을 뻗고 다리로 차올리며 태권도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차중에서 전통민요 긴 가사를 1,2절 다 부르며 흥얼거린다. 잔잔한 기적 같은 놀라운 광경이다. 여름학교 덕분이다.
더구나 수강어린이 27명 모두가 한 명도 수업시간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왜, 5일간 120불의 수업료를 내면서 며느리가 기를 쓰며 참석하고, 학부형들이 이구동성으로 일 년에 몇 차례 더 개강하기를 바랐을까?
각 부문 전문교사 10명, 보조교사 3명이 고전무용, 민화, 공작, 사물놀이, 가야금, 사군자, 합기도, K-Pop한국전래창, 붓글씨 등, 어린이 기초과정을 두루 가르쳤다. 제공한 중식이 너무 푸짐했는데도 1000불이 남아서 내년 여름학교 교육비로 적립했다. 자원봉사 전문 교사들이 전력투구했다고 이구동성이다. 교민자녀 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교육하는 보람의 발로일 것이다. 아트클럽 김경숙회장의 탁월한 통솔력 때문이리라. 기업윤리로 말하면 김회장의 일차 고객은 임원들, 선생들이다.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자긍심을 일깨운다.
사심이 없고 꼼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정의롭다. 투명하고 자기자랑이 없고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다.
나는 그날 7월 13일 오후, 아트클럽 사무실 건너편 정부 소유 Art Box 캘러리(1807 42st SE 403 708 7742)에서 7월 23일까지 열리는 〔제5회 Korean Art Club Exhibition〕에들렸다. 출품작가 17분의 출품작 50여점이 전시되어 있었고 10여명의 작가가 방문객을 상대로 작품 설명을 하고 있었다.
지난 주간 알버타주 림비시 스템피드 퍼레이드에 50여명의 대원을 이끌고 참석한 대원들이 여독을 풀기도 전에 에드몬톤 사물놀이 한빛팀 〔HanBeat〕과 합동으로 80여명의 대 인원을 구성해 오늘 7월17일부터 26일 까지 Edmonton에서 열리는 캘거리 스템피드에 버금가는 【K-Day】퍼레이드에 참가한다. 10,20,30대 젊은 회원들로 구성된 전통의 한빛 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캐나다 한인최고의 사물놀이 팀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곳에서 성공한 사업가 엄기준 박연숙 사장내외는 림비시 퍼레이드에 참석한 대원 50여명과 지역 교민 등 100여명을 호텔 식당으로 초대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비로 만찬을 베풀었다.
이 모두가 한국 전통예술을 계승, 보급 하려는 자긍심의 발로이다.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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