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아듀 2021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21-12-29 (수) 11:25 조회 : 10902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66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종소리 울리면 그대여
코로나 오미크론 등에이고 
천사의 날개로
훠이훠이 높이 날으시라 그대여 
나홀로 빛 어린 온 밤을 
회억의 눈물로 배웅하리다.

우리의 기억에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다사다난했던 ‘하얀 소의해’ 일 년이 저물어 갑니다. 12월 31일이면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던 원인 불명의 폐렴이 WHO에 처음 보고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19로  526만 명 인류의 목숨을 앗아가고, 올 한 해도 이미 338만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미국 뉴저지 주의 어느 빈들에서는 미쳐 화장을 할 겨를이 없어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에 실려온 수많은 시신들을, 부지런히 운반하고 있었습니다. 지펴 가방에 둘둘 말은 채 나란히 일자로 파놓은 골에 던져지고 순식간에 흙을 덮는 것을 생중계로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남미의 여러 나라, 프랑스, 이태리 등 여러 곳에서도  짓궂은 TV 카메라맨에 의해 비참한 영상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유족들의 접견을 강제로 금지 당한 채 비애의 슬픔마저 참아야 하는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악몽의 순간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100여 년 만의 홍수와 가뭄 산불의 재해가 번갈아 발생하며 소용돌이치는 후유증으로 흉년의 탄식 소리가 들려오고 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으로 13만 명이 해외로 도피하는가 하면 북반구에는 벌써 한파가 몰아칩니다. 올겨울은 겁에 질린채 엉거주춤 새해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류도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맞서 싸우지만 언제 다시 또 다른 변이가 출현할지 예측이 불가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제 비대면에 익숙해지고 위축된 자유가 만연하는 새 질서에 편승한 오미크론과 공존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희망은 없다’고 단정 짓는 의학자들의 전언은, 성탄의 선물은커녕 집의 울타리로 우리를 다시 가두었습니다. 세계의 전통 있는 송구영신 불꽃 축제를 취소시키거나 축소되는 우울한 연말입니다.

그럼에도 잃은 것만큼, 새로 깨닫고 얻은 것 들도 많습니다.

어쩌다 만나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선하고  진지해졌습니다. 내면의 근육들이 단련되고 검소해진 것 같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소소한 감사와 위로의 말들이 넘쳐납니다. 힘든 한 해를 견뎌낸 나 자신도 대견합니다.

사반세기 넘도록 매일 똑같은 골목길을  다니던 정든 곳들의 성탄 장식들이 분명히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서로 이웃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16가구가 들어선 어느 골목에는 성탄트리가 일제히 불을 밝혔습니다.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함께 예수의 탄생을 빌미로 송구영신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우리 가게의 단골, 인도인과 베트남 가족도 있습니다. 타자의 사랑을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온 동네, 온 세상으로 생명의 불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불빛에 이끌리어  몇 번을 찾아가서 깊은 사유에 잠기곤 합니다.

아들 내외 손자들과 오래간만에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며느리가 반찬을 잔뜩 만들고 들어섰습니다. 어느 사이에 큰 손자는 이미 지에미의 키를 넘어섰고 둘째는 엇비슷했습니다. “장하다. 착하게 자라서 정말 고맙다” 흐르는 눈시울을 감춘 채 일일이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명절에 손자들이 고향집에 온 것입니다. 여기서 나고 이 집에서 몇 년을 자랐습니다.

고향을 떠나, 고향을 잃어버린 디아스포라의 설음을 잊기 위해서 뒤뜰 둑에 블루베리 체리 1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십여 년을 넘게 성장하는 동안 키를 훌쩍 넘으면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 큰 분재 나무처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영산홍 장미 철쭉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앞개울 옆으로 씨가 터져 옹기종기 자라는 침엽수 어린 것들을 솎아서 9그루 옮겨 심었습니다. 이미 내 키를 넘어섰습니다. 장미 나무에 그늘이 질세라 계속 밑 등지를 잘라주었더니 고깔모자 쓴 키다리 아저씨 같습니다.  영산홍은 영하 30도의 추위에 잘도 견디어 냅니다. 
겨우내 이파리가 진한 초록색으로 살아 있어 한 겨울 삶의 생존으로 힘들어 할 때마다 창밖으로 내다보며 큰 위로를 받습니다.

 손자들의 고향을 만들기 위해 사는 날까지 이 집을 꼭 지키려는 꿈을 꿉니다. 행복의 시대적 화두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고향을 기억하며 수시로 귀향하는 즐거움도 행복의 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한, 숨어 있는 고향 상실증을 이겨내서, 눈짓하는 그곳으로 돌아가  새로운 고향을 만들며 후손들에게 존재의 회복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9972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12840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10749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0812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9918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9582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10905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13167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11163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10311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5666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888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13125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4598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13563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12222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11025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12465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2840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4493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