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를 기리며
by Reporter | 18.07.01 01:46 | 19,704 hit

지난 6월 23일(토) 오전 11시 한인회관에서 〈캘거리 한인 라이온스 클럽〉(회장 황 용만) 주관으로, 열린 '캘거리 지역 6.25 참전 용사 및 캘거리 노인회원 초청 위로연' 행사가 있었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동원된 가라오케  2부 순서에는 많은 인원이 출연해서 시종일관 흥겨웠으나, 1부에서는 내내 숙연한 기운이 감도는 행사였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짓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온스 클럽 회원 및 봉사자, 노인회원, 28명의 무궁화 합창단원 그리고 한인 교민들 등, 연인원 150여 명을 웃도는 많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별세하신 고인들을 기리었습니다. 이날 김덕수 이덕흥 유재근 용사님 3명이 참석하셨고, 그 가족들과 함께 6.25 참전을 참담한 마음으로 회고했습니다. 작년에 별세하신 이순우, 김용석 조태호 3명의 용사님과 박은현 최정수 강상설 3용사님, 모두 6명의 용사님이 별세 하셨습니다. 병환 중에 계신 정인화, 임규재, 최충권 허원태 용사님 4명과, 이주하시거나 탈퇴하신분들, 자리를 지키지 못한 슬픔이 있었지만 따뜻한 마음의 위로 잔치였습니다.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싸우신 역전의 용사들이십니다.

지금도 그분들의 영혼이 우리 주위를 회귀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 인자하셨던 모습으로 하시던 말씀들이 귓전을 울립니다.

이민수 전 회장의 기도문 낭독, 서정진 한인회장, 황영만 회장, 선우 정찬 노인회장,  김덕수 참전 용사회 회장의 절절한 기념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어 이진희 지휘자가 이끄는 무궁화 합창단의 멋진 축하공연이 있었습니다. 푸짐한 만찬에 이어 2부에는 노래방 여흥이 오랫동안 진행됐습니다.

창단 12년째를 맞이하는 28명의 무궁화 합창단의 기량이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기뻤습니다.

창단 초창기, 노인 중심의 단원들은 즐기려고 시작했을 것입니다. 창단 12년의 오랜 경력이 말해주듯, 수많은 연주경험이 한인사회 중요한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중압감 때문일 겝니다.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며 해마다 발전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정지용 장문의 시 '향수'를 합창할 때면, 대원 모두가 지휘자를 응시하듯, 눈을 크게 뜨고 완벽하게 가사를 암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음도 훌륭했습니다.

이민 사회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 한다는것,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 힘든 것을 넘어서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희망을 오늘 청중들에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마침내는 합창단원 자신들을 신뢰하는 희열의 기운을 느꼈을 것입니다. 긴긴 가사를 합창하는 순간, 퇴보해가는 암기력이 회복되는 듯하고, 치매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부심과 기쁨도 맛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경험이기도합니다.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괴의 선전포고 없는 기습남침으로 발발한, 명백한 도발 전쟁입니다. 다행히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발효되면서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엔군과 중공군이 참전에 가세하므로, 자칫 세계 3차 대전으로 비화될 뻔한 위기의 한국전쟁이었습니다.

저도 유년 시절, 함경남도 원산 부둣가에서 내일이면 미군 상선을 타고 피난 계획을 세우고 가족과 함께 구경나왔다가, 지금이 마지막 배라고 하는 소식에 허겁지겁 거의 맨몸으로, 조부모님을 원산 집에 남겨둔 채, 월남한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그 유명한 함흥철수 작전 하루 전날 입니다. 그 당시 수많은 원산 시민이 줄을 서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탑승 순서가 저의 가족 앞 줄에서 끊어졌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품었던 성경책을 미군 헌병 장교에게 흔들어 보이며 "나 예수 믿는 사람이오" 고함소리에 놀란 헌병 장교가 우리 가족만 간신히 태웠다고 어머니로부터 들었습니다. 배가 한참을 벗어나는 순간, 원산시내에는 여기저기 포탄이 폭발하는 굉음들이 천지를 진동했다고 했습니다. 몇 해 전 그 당시 미군 헌병 장교 아들이 한국의 한 TV 방송국에 출연해서 우리 가족의 행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으나  아직 연락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캘거리 한인 참전 용사회는 지난 2006년 3월 대장금(한인회관)에서 캘거리 한인회(당시 회장 이민수) 주최로 9명의 참전 용사가 참석한 가운데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6월, 앨버타 주정부에 'The Korean Patriots & Veterans Association of Calgary' 명칭으로 공식 등록 인가를 받았습니다. 한때 회원이 13명으로 늘어나면서 활발하게 사회봉사활동을 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8년 전, 한국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는, 한인사회의  캘거리 한 카 나눔의 재단, REDFM 106.7Mhz 한인방송, 인터넷 포탈 신문 캐코넷, 3개 단체 공동 주최로, 한국참전용사 13명, 부부 26명과 한인회를 대표한 이병근 이사장 등 중요 관계인사들 50여 명을 초대했습니다. 전아나 한인 방송국장 자택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갖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때 포도주를 함께 나누며, 많은 시간 6.25 전쟁에 참여했던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1953년, 3년 동안 100만 명에 육박하는 990,968의 공식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303,212명이 실종, 행방불명되었고, 229,625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한국군 전사자만 137,899 명이고, 한국전쟁 당시 외국 참전국으로서는 세 번째로 큰 규모인 26,791명의 캐나다 군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해, 그중 516명이 전사하였습니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참혹한 6.25 한국전쟁입니다. 생존해 계시는 한인 참전 용사들, 미망인들, 노인회 회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위로해 드려야 할 때입니다. 김덕수 참전 용사회 회장은 1부 기념사 말미에, 국회의원 공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강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한인 교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원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국 땅에서, 노년의 정점에서조차 한민족 후손의 번영을 기원하며 걱정하는 이 어르신들에게, 하나님의 가호가 내내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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