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이민자의 찬가-32주년 윤합기도 토너먼트
by Reporter | 16.11.17 01:48 | 20,244 hit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32주년 윤합기도 토너먼트 (YOON'S 32th ANNUAL HAP KI-DO TOURNAMENT)

노년의 고난 고통 들이, 생각지도 않은 이런저런 걱정들이 늘어만 간다.

이제 안락을 향유해야할 시절인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의미 없이 계속해야만 하는 서글픔 때문에, 삶의 질이 갈수록 팍팍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회복할 수 없는 실정에 대한 한국사회의 우울한 소식들이 우리를 더욱 수치스럽고 슬프게 한다. 어떻게 개명천지 한국에 이런 낯 뜨거운 전 근대적인 정치판이 되살아나는 것인지, 아무리 골똘하게 생각해도 선뜻 납득할 수가 없다.

잠시라도 ‘얽힘의 시대’에서 탈출하여 한적한 곳으로 도망을 치고 싶다. 비상식과 꼼수가 상식과 보편적 도덕 윤리를 뭉개고 활보하는 세상, 차라리 두문불출하고, 고독을 누리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다.

주위 어디를 둘러보아도 노년인생의 안락과 행복을 누릴 곳을 점점 잃어만 갈 것 같은 우울한 병.신년 연말이 밀려오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Nov, 12) 아침 캘거리 N.E북쪽 끝단 Genesis Centre에서 열린 제32회 합기도 선수권대회(YOON'S 32th ANNUAL HAP KI-DO TOURNAMENT) 대회장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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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가 넘치고 희망이 가득한 모습들에 모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자긍심으로 가슴이 가볍게 요동친다.

4살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선명한 태극마크로 아롱진 관복을 입은 200여명이 넘는 선수들이 준비에 활력이 넘치고, 진행요원 100여명이 임무 영역에 따라 영문으로 새겨진 노란 조끼들을 입었다. 흰색 단복들과 산뜻한 어울림으로 장내를 수놓는다.권한이 커지면 책임과 의무감이 늘어나는 것일까? 윤병옥관장(Grand Master)이 수제자 바비(Director; Bobby Triantafillou)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한 탓이리라. 진행자들― Head Judge(12명), Referee(13명), Time Keeper(10명), Volunteer(18명), 보도진(2몀)의 표정들이 예년에 볼 수 없던 진지한 표정들이다. 체육관 관중석에는 유료 입장객들이 연일 그넓은 자리를 메워가고 있었다.

응원하러 나온 가족들― 푼잡 시크교들, 터번과 히잡, 차도르를 입은 이스람 커뮤니티 주민들, 드물게 중국인 일본인들이 친숙하게 어울려 담소한다. 소수민족축제의 날이자 잔잔한 기적을 일구어낸 날이다.

예술의 힘, 체육 수련의 힘이, 종교와 문화의 영역을 넘어서, ‘너머의 힘’을 창조한다.

옛 것을 과감히 소멸시키고 새로움의 생성을 향해 달음박질한다.

10시 30분 개회식 직전, 사방이 조용한가운데, 본부석 중앙에서 윤병옥 관장 특유의 돌발 제의가 이어진다. 윤관장은 선체로, 3명의 한국인은 앉아서 윤춘한 선교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불과 1분여의 짧은 기도지만 그 기도 소리가 행여 옆 사람에게 들릴까 노심초사하는 시간이 얼마나 긴긴 시간이었든지, 차라리 눈을 뜨고 싶었다. ‘오직 예수’로 노년의 삶을 지향하는 윤관장 앞에 비춰진 나의 모습이 부끄럽고 초라하다.

보다 멋진 것은, 관중들이 보여준, 타종교에 대한 넓은 관용과 혜량의 정신이리라.

열심히 배워야 할 것 들이다.

특수 제작된 대형 캐나다기와 태극기가 20여명의 출전 선수들에 의해 장내를 도는 동안 윤관장과 이강신권사, 윤선교사가 애국가 합창을 하고 나는 하모니카 반주를 했다. 침체된 한국인들이, 의기소침했던 우리가 훌훌 털고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10개의 매트에서 치러진 토너먼트 경기가 3시간여 만에 끝나자, 윤관장에게 침을 맞으려는 어린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시술 후 불과 몇 분 만에 신기할 정도로 치유되는 것을 보고 선수와 관중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국회의원, 의사 등 체육관 제자 출신들이 자녀들의 출전했음을 알리며 뒤늦게 명함을 건넨다.

12월 5일(월) 저녁 N.E 호텔 Sheration Cavalier에서 ‘32nd Annual Awards' night의 밤이 열린다. 출전선수, 유공자들에 대한 시상식과 축제의 밤이다. 각각 수상자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가 50개도 아닌 500여개가 수여 된다고 하니, 승리한 선수보다도 아름다운 패배자, 봉사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체육관 정신이 그들, 고유한 종교의 커뮤니티를 감동시켰을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노년을 춤추듯 재미있게 사는, 윤병옥 관장의 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론적 삶의 모습이 아닌 인격전체가 변화되는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끊임없이 수직 상승하는 창조의 힘과 강건한 체력관리로 노년의 걱정 근심을 비켜간다.

정신이나 육체가 약해지면 노년을 비관한다. 노년의 재미를 잃은 나에게,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강인한 체력 단련, 정신력강화가, 세상을 이기는 실존적 삶임을 배우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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