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80% 격감…말기 환자 수용서 만성 치료소로 전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정부가 운영하던 밴쿠버의 에이즈 환자 전용 수용 병동이 17년 만에 문을 닫는다.
밴쿠버 시내 세인트폴 종합병원에서 말기 에이즈 환자 수용 시설로 운영돼 오던 10C 병동이 27일(현지시간) 환자 격감으로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이 병동은 에이즈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지난 1997년 2월 죽어가는 말기 환자들을 수용, 치료하기 위한 전용 시설로 설립됐으나 이후 지금까지 환자 발병률이 80% 이상 격감하면서 이 병동에 수용할 만한 말기 환자가 없어진 상태로 유지돼 왔다.
크리스티 클라크 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에이즈 없는 BC'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병동 설립 당시 밴쿠버에서는 에이즈 사망자가 하루 한 명꼴로 줄을 이어 끊이지 않았고 이 병동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 치료에 매달리던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감염의 조기 발견과 치료 기술의 발달로 최근 들어 치료율과 생존율이 극적으로 향상됐다는 게 주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주 정부와 병원측은 앞으로 이 병동의 기능을 HIV 감염 환자의 일상적인 치료와 지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BC 에이즈센터의 줄리오 몬테너 사무총장은 병동 폐쇄 행사에서 "얼마 전까지 이 병동은 죽기 위해 왔던 곳이었지만 이제부터는 HIV 문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객으로 참석한 미셸 시디베 유엔 사무차장은 "한때는 이 병동에 환자를 수용할 침상이 부족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에이즈 환자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며 "병동이 폐쇄되는 오늘은 에이즈 퇴치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라고 말했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