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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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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가위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9-11 (수) 11:51 조회 : 13167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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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한가위 날, 저녁놀이 미끄러지듯 어두움이 스멀스멀 몰려오면 동녘 하늘 지붕 위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오는 쟁반 같은 보름달을 본다. 유난히 힘에 겨운 듯 축 처진 자태가 애처롭다. 달이 너무 커서 헐떡거리며 뜨고 있다. 씩씩 거리며 뜨는 자태가 처연하다. 마음의 무게가 달처럼 무거워서 힘겨워 하는 나의 모습이 달무리 속으로 어른 거린다. 서글픈 생각도 잠시뿐, 달이 날개를 단 듯 벙그레 사픈하게 솟는다. 휘영청 보름달이 숨 가쁘게 중천에 머물며 온 세상을 밝히면, 그제야 평화의 위로가 잦아든다. 나의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 

옛 선조들이 읊은 것처럼 한가위는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감사한다. 마치 유대민족이 유월절(파스카)을 기념하며 즐기듯, 이역만리 이 땅에서도 축제는 이어진다.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대견하고 가족들이 올 한 해 건강한 것을 감사한다. 송편을 먹으며 감회에 젖는다. "주님, 나의 마음이 중천에 뜬 보름달처럼 가벼워져서 여생이 너무 부유하게도 가난하게도 하지 마시고, 늘 건강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살도록 지혜를 주소서" 

추석 명절에는 고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수구초심 ​(首丘初心),  고향은 태어나서 자라고 꿈을 키우는 곳,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깊어만 가는데 고향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고향이 없어졌다.

만주에서 태어나 함경도 원산에서 자라다가 아장걸음으로 피난길에 올라,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강원도 산촌으로 부모님이 이주한 해부터 줄 곳 나의 고달픈 객지 생활이 시작됐다. 몇 년 동안 명절이면 부모님 뵈로 간다고 했다. 고향 간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나서야 고향에 다니러 간다고 했다. 고향은 부모님이 계신 곳, 고향 같은 정이 담뿍 베어 있으면 그곳이 고향이다.

깊은 산골 고향집에 이르면, 언제나 마당을 가로지르는 벽계수 시냇물을 꿀꺽 들이킨다. 

고향집 위쪽으로는 농가가 없어 눈을 걷어내고 얼음장을 깨고 마신다. 약수 같은 물을 실컷 마신 다음, 이슬에 머금은 온갖 채소 열매를 정신없이 날로 먹는다. 오이 더덕 토마토 등이 함초롬하게 지천에 널려있다. 그리고 두 다리 쭉 뻗고 단잠에 골아 떨어진다.

잠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곳 그것이 고향이다. 

인생은 고향집을 향해가는 긴긴 여행길인지도 모른다. 무덤과 천국이 영원한 안식처이듯 고향집에는 평안이 항상 깃들어 있다.  

아버지가 손수 만드신 방안의 질화로에서 끓이는 된장 냄새가 잠을 깨운다. 밭에서 갓 캐낸 더덕, 송이버섯 양념구이가 코를 찌른다. 송이버섯이 자라는 곳은 어머니 만의 비밀 장소, 가을이면 어머니는 갓 캐어 놓은 송이버섯 된장찌개를 요리해 주신다.

잃어버린 고향을 마음속으로 기리며 한가위를 맞는 심정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제 고향은 대한민국이다. 고향의 무덤에는 누님과 조카들이 별세한 부모님과 동생들을 지키고 있다.

30 여년 전 이민을 떠나며 나는 15평 남짓한 교회 묘지를 구입했다  이층으로 축대를 쌓고 봉분을 만들었는데 이번 여름에 남동생이 지병으로 또 세상을 떠났다. 곱게 잘 성장한 조카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봉분을 헐고 평상으로 봉분을 만들었다. 요즈음 장례문화가 수목장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는 조카들에게 될 수 있으면 한 곳으로 이장해서 명절이면 그곳에서 온 친척이 서로 만나 음식을 나누며 회고할 것을 권고했다.

고향을 잃은 나그네

명절이면 고향을 상상하며 정든 고향을 향해 눈시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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