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이 없는데도 발생되는 두통에는 편두통, 긴장형 두통, 군발 두통과 삼차자율신경두통 등이 있다. 이 같은 두통은 흔히 발생하는 만큼 일반인들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행 시에만 두통을 느끼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는 국제두통학회에서 제시했던 두통 분류에는 포함돼있지 않으나 비행과 시간적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두통은 비행기 이착륙 시 갑자기 심한 두통이 발생했다가 비행을 멈추면 통증이 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비행과 관련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최근 내원한 30세 여자 환자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반복되는 두통으로 고생하다 병원을 찾았다. 환자에 따르면 비행기가 공항으로 하강을 시작할 무렵 갑자기 왼쪽 관자놀이, 이마 및 안구주변에 누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발생했다. 통증강도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두통 외에 오심, 눈물, 코 막힘, 안구 충혈 등은 없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이후에도 두통은 수 분간 지속됐다.
이처럼 비행기와 관련해 발생되는 두통 사례가 많아지면서 2012년 국제두통학회지에 이른바 '비행기 두통'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이 발표됐다. 환자들의 특징을 보면 통증의 지속시간은 30분 이내였고 비행기 이륙 때보다 착륙 시 통증 발생빈도가 높았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았고 두통 이외의 다른 증상들은 동반되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었다.
비행과 관련해 유발될 수 있는 두통의 원인으로는 기존의 편두통 과거력, 부비동내 점막밑혈종, 공기 머리증, 공기 낭종, 뇌정맥혈전증, 뇌 내 종양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갑작스런 기압 변화로 인한 손상이 가장 유력하다. 부비동 점막의 염증, 폴립, 염증성 점막 비후, 구조적 편위 등으로 인해 부비동 유출로의 장애가 있는 경우 비행기 착륙 시 발생하는 갑작스런 기압상승으로 부비동액의 유출이 막혀 부비동 내부의 압력은 더 낮아지게 돼 진공 효과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한 압축으로 점막에 영향을 미쳐 부비동 점막의 부종, 삼출 및 점막밑혈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비동에 이상소견이 없는 경우도 있어 이·착륙 시 발생하는 압력의 차이로 인해 부비동 점막의 벌집동맥이나 삼차신경혈관계가 활성화돼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행기 두통을 한번 경험한 환자의 경우에는 비행 전에 예방적으로 나프록센이나 이부프로펜등의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 미리 관자부위를 마사지해 관자동맥에 압력을 가해 삼차신경혈관계를 조절해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비행기 여행 중 두통이 발생했지만 평상시에 두통이 없었다면 반드시 자세한 병력청취, 신경·이비인후과적 진찰과 함께 경우에 따라 뇌 MRI, MRA 등 적절한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기저 원인이 없는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예방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김호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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