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꿈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일에 온 정성을 쏟았고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재외동포재단 주최의 '2014 재외동포 저명인사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연아 마틴(한국명 김연아·49)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은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성남외국어고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도전하는 삶을 살라"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글로벌 시대 청소년의 꿈과 미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그는 "이민 1.5세로 캐나다 현지인과 결혼했는데 혼혈아인 딸이 정체성 혼란 없이 사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사회단체를 만들었고 그것이 토대가 돼 정치인이 됐다"면서 "교사로서의 삶에만 만족했다면 오늘날 캐나다 유일의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9년 상원의원으로 지명받았을 때나 지난해 총리가 5년차에 불과한 내게 상원 수석부대표 자리를 제안했을 때 경험이 없어 두렵기보다는 설렘이 앞서 그 자리에서 '예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마틴 의원은 1∼2학년 학생 400여 명에게 "어떤 일에 도전하든 봉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면서 "나를 위해 하는 일은 나와 함께 묻히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은 후세에도 영원불멸로 남는다"고 이타적인 자세를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마틴 의원은 2009년 캐나다에서는 한국계 최초로 정년이 보장되는 종신직 상원의원이 돼 한-캐나다 간 우호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2010년에는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을 '국립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지정해 참전용사에게 긍지를 심어주었고, 한-캐나다 FTA 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14일 오전 성남외국어고등학교 대강당에서 1~2학년 학생 400여 명이 연아마틴 캐나다 상원의원의 강연을 듣고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인은 소수민족입니다. 캐나다 시민권자로 살면서 처음에는 30% 한국인이고 70%는 캐나다인이라며 어중간한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100% 한국인이면서 100% 캐나다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동양인·소수라는 것이 절대 약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돕고 잘 뭉치기 때문에 큰 힘이 됩니다. 정치에 발을 디뎠을 때 선배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한 우군을 둔 셈'이라며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강연을 들은 성혜린(18) 학생은 "리더는 앞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전에 응하는 사람이라는 조언이 가슴을 울렸다"며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유진(18) 학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는데 '꿈이 좌절돼도 다른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으니 끝이 아니다'란 말을 깊이 새기겠다"며 뿌듯해했다.
강연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마틴 의원은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면서 나 자신이 보완해야 할 것과 차세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또 강연에 나서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상원의원의 정년은 75세입니다. 은퇴하기 전 제2, 제3의 한국계 상원의원도 나오고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한인 차세대가 늘어나도록 '한인 차세대 정치 인턴십'도 매년 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원에서 적극적으로 거론해 두 번 다시 이런 인권침해가 없도록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마틴 의원은 1972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해 밴쿠버에 정착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영어와 드라마를 가르치던 중 2003년 이민 1.5세와 2세들의 커뮤니티 C3를 창설했다.
2008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으나 이듬해 2월 스티븐 하퍼 총리의 지명을 받아 상원에 입성했다. 1990년 더그 마틴(DougMartin)과 결혼했으며 딸 키아나 미선(KianaMi-Sun)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