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병.신.년 새해의 기도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5-12-29 (화) 15:27 조회 : 19779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4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866353.jpg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오늘은 12월 마지막 주일 아침,

인생의 산등성마루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하산 길로 접어드는, 해가 바뀌는 길목입니다. 

왠지 식은땀이 줄줄 흐를 것 같아 하산이 두려워집니다. 될 수만 있으면 오래 머물며 쉬고 싶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머물며 생각의 김을 매고 싶습니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두 손 깍지를 모아 책상위에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침묵의 기도, 초라한 모습이지만, 지난날의 회상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간간이 가난한 마음을 간절히 소원합니다.― 심령의 가난함을 구하는 기도도 아니고 여생의 행복을 비는 기도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을 향해 가난한 마음을 갈구하는 기도입니다.


어떻게 이 험준한 산을 타고 올라왔는지, 산을 오르는 동안 쉬엄쉬엄 오른 기억은 별

로 없습니다. 오직 아득한 등성만 쳐다보고 오르느라 기진맥진했지만,

산등성마루에서 건강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이 순간, 감사 밖에는 더 구할 염치도,

여유도 없습니다.


조목조목 다른 것들을 소원하는 기도는 나에겐 오직 사치일 뿐입니다.

남들은 쉬이 오르는 것만 같아 보이지만,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고난의 행군이라,

잔잔한 기적이고 은혜임에 틀림없습니다.


일제 해방 다음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전전세대로,

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장걸음으로 피난민 부모, 가족을 따라 추운 겨울, 원산에서 마지막 미군 철수 상선을 타고 부산에 내렸습니다. 내일 배가 떠날 것이라는 소식에 가족들이 인근 부두에 구경나왔다가, 어머니가 소지한 성경책을 번쩍 든, 가족을 본 미군이 우리 가족이 서있던 줄까지만 태우고 수많은 원산 시민을 뒤로한 채, 우리 가족은 짐도 없이 떠난 절박한 삶의 출발 선상, 그렇게 삶의 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금년에 한국의 어느 지상파 TV에서 그 미군의 손자가 출연해 그 당시 성경책을 뻔쩍 든 아주머니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본 지인이 사연을 전해왔습니다.

수소문 끝에 미국의 기념 사업회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대청동 산 중턱 땅굴 방공호에 문짝을 달고 가난의 삶을 시작한 기억이 오늘 따라 유난히 생생합니다. 나는 그때 언젠가 고열로 온 몸이 불덩어리인체 땅굴 제일 깊숙한 곳에 누워있었습니다. 아마 사경을 헤맨 것 같습니다. 캄캄한 밤에, 손등으로 큰 구렁이가 지나가는 것을 비몽사몽간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거뜬히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구렁이가 내 온 몸을 휘감으며 열을 식혀주고 잃어가는 의식을 깨우며 밤새 지켜주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것은 때때로 나의 삶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그림자(상텐)로 나의 무의식 세계에서 늘 존재하며 삶의 질곡에서 방황할 때마다 용기를 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맨 몸으로 인생의 등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국제시장 양키골목에서 미군PX물품을 책가방에 넣고, 어깨에 메고, 이 가게 저 가게 운반해 주는 운반책으로 일했던 오랜 기억이 새롭습니다. 다른 운반책은 잠복한 미군 헌병에 적발되곤 했지만 나만 용하게 빠져나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캘거리 이민 생활 20여 성상,


오늘은 가슴이 설렌 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가슴이 설렌 적은 없었습니다. ‘인생 칠십 고래희’ ― 백세시대를 외치는 오늘날, 옛날 고어처럼 이미 퇴색되어 빛바랜 낱말이지만,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나의 설렘은 고통과 고난을 통과한 후에 오는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마음 밭에서 싹틔워 열매 맺는 열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아침, 여타의 복들이 있다면 ‘덤’으로 따라오는 축복이기에 송구영신주간의 기도는 그저 단순히 감격에 넘친 감사기도일 뿐입니다.

 

해마다 늘 그랬듯이, 새해아침 미명, 인근 민둥산 로키산맥 언저리에서 홀로 묵상하며 기다리다가 주님의 일출을 맞겠습니다. 이번에 일출을 보개 되면 두 손을 뻔쩍 들고 감사의 눈물을 마음껏 쏟다가 엉엉 울어도 보겠습니다.

그리고 기쁨으로 삶의 하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주님, 새해아침엔

벌판에 선 나그네의 가난한 가슴에 따사한

빛으로 오셔서 사랑의 씨앗 또 심어주소서

풍성한마음, 하루하루 삶, 밑줄을 스스로 긋게 하시고

하산하는 걸음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황혼녘 구름들, 풀 한 포기 생명까지도 사랑하며

인사의 말을 건네게 하소서

언젠가 보우강물 타고 바다로 가면

그땐 출렁출렁 춤추며 한껏 노닐게 하소서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5-12-31 01:16:04 교민뉴스에서 이동 됨]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지난 주일 오후(23일), 운정(雲情) 박영미님이 오랜 병고(病苦)끝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11-02 26196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이 선생님! 지난 8월 29일 오후 7시 Eden Brook Memorial Gardens에서 열린 ‘고 이창호 집사 장례 예배’에 참석…
09-04 21477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가을이다. 올 가을은 그리움만 가득 쌓이니 나이 듦 때문인가. 8월 마지막 월요일, 오늘은 왠지 울적해, 한적한 새…
09-03 20475
―The 10th Albertan K-Pop Festival―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여성회가 주최하고, 주간한국•코윈캘거리가 후원하는 〈제10회 …
06-30 25434
―The 10th Albertan K-Pop Festival―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여성회가 주최하고, 주간한국•코윈캘거리가 후원하는 〈제10회 알버…
06-20 18966
―열정과 창조, 시니어 합창단의 감동―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지난 주 4월 30일(토) 오후 2:00시, 캘거리 한인회관…
05-06 24624
― 자유를 꿈꾸다―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지난 4월 23일(토) 오후8시, ‘Ode to Joy; Beethoven's Ninth Symphony’ (Jack Singer Concert Hall)…
04-30 28449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공연예술협회(Calgary Korean Performing Art Society - CKPAS)' 산하단체인 〈캘거리무궁화합창단〉이 창단 10…
04-09 23055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전례가 없는 가벼운 흥분과 초조한 마음으로 특별히 4월을 즐길 것이다. 연두색 찬란한 생명력을 흠모하는 극성…
04-02 18129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 산마루 저녁놀 보다는 새벽미명이, 칠흑의 밤이 새벽여명보다 더 아름다워, 가슴이 뜨거워 질 때가 있다. 밤은…
03-12 16560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만세! 만세! 만세! 올 겨울 내내 아침 새벽에 삼창을 한다. 선잠 자는 아내가 깰세라, 화장실 문을 꼭 닫고 포…
03-06 18999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햇빛이 혹한칠흑의 고요함을 깨운다. 붉고 강열한 한줄기 선들이 로키 산맥을 휘감고, 넓디넓은 유채 밭, 동토의 …
01-08 15684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오늘은 12월 마지막 주일 아침, 인생의 산등성마루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하산 길로 접어…
12-29 19782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누이여, 12월 초하루 화창한 날씨입니다. 커피 점 창가, 모처럼 혼자만의 망중유한입니다. 진한 커피향이 입가에…
12-02 18978
Calgary The 31th Annual Hapkido Tournament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장애자 휠체어에 개량한복을 입은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머릿결이 희끗희끗한 …
11-12 21357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노년의 가을느낌은 해를 더할수록 예민해 간다. 고독의 인생무상을 읊으면서 자기의 처지를 슬퍼하는 분들이 있…
10-31 19212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가을이 점점 진하게 물들어 간다. 험난한 이민생활 스물세해가 어느새 훌쩍 지나가는데, 겨울을 넘기면 일흔 고개를…
10-28 21453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인협회)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행사가 지난 9월 19일(토) 오후 6시, …
09-26 21243
― 캘거리한인합창단 ―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39년 9월1…
08-26 1850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 캘거리한인합창단― 〈캘거리한인합창단〉단원 29명이 창단 6년여 만에 한국국립합창단이 주최…
08-06 27165
목록
처음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