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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 발견 갈매기의 추억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21-07-06 (화) 14:48 조회 : 1374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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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농익은 추억들이 삶에 녹아들면 융합되어 새로운 창조적 사유의 폭을 넓혀 주는 신비로운 세상을 체험한다.

험한 세상, 풍파를 지나느라 육신은 찌들고 번뇌의 풍랑이 그칠 줄 모르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진다.

역병의 세상이 점점 친근해지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지루한 이 기간을 지나는 동안 종교를 뛰어넘고 실존의 일상 철학도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심연에서 굼틀대는 비상의 몸부림이다. 아직도 옛 생각에 갇혀서 속박될 수는 없다, 저 언덕 넘어에서 머뭇머뭇 아스라한 방황을 거듭하는 나의 존재가 측은해 질 때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 이러한 열망이 추억의 불씨를 키운다.

내가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저 너머의 사유들과 공존하기를 꿈꾼다.

더 많은 창조의 세계, 미학의 세계를 향한 자유를 찾고자 고뇌한다.

영역 밖의 세계인 줄 알면서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세상은 하찮은 일로 치부하는 익숙했던 것들이 노년에 신비로운 모습으로 눈에 어른거린다. 그 영역들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의 노년을 사랑한다.

나와 자연과의 시이에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꽃이 피기 시작하자 사유의 폭을 넓히는 즐거움들이 고뇌의 풍랑을 밀어낸다.

노년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낯선 역병들을 넉넉히 이기며 새로운 상승으로 도약한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기를 수삼 일간 지속되는 120년 만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Canada Day가 지나고 토요일 오후부터 강풍과 우박이 몰아치더니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집들의 외벽들이 손상을 입었다. 우박이 그치고 6시가 지나도록 강풍이 그치질 않아 자주 가게 뒷 문 열어놓고 하늘을 살피는데 15마리 정도의 갈매기 무리가 가게 뒤편을 낮게 날고 있었다.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몸집이 왜소한 어린 것 들이었다.

강풍에 밀려서 나는 모습이 애처롭다. 날다가 날개가 뒤집혀 밀리기를 반복하니 전진할 수가 없었다. 그런 광경은 처음 본다. 지난 해 몇 달간 매일 저녁 수 십 마리씩 무리 지어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우리 가게 상공은 저녁에 귀소하는 공중 길의 통로다. 통로 길을 벗어나지 않는다. 보우강으로 몰려들어 강 위에서 밤을 지낸다. 간혹 센 바람에 무리 중 일부가 쳐지면 "꺽꺽" 서로 격려하는 힘으로 날곤 했는데 오늘은 사투를 벌이며 무리가 바짝 붙어서 날아간다. 서로 말을 건넬 기력조차 없나 보다. 중간에 쉬어 갈 수가 없다. 처져서 땅에서 허우적거리면 코요테 등 맹금류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끈다. 나는 이 리더들을 '어미'라고 부른다. 일찍 돌아갈 수도 있을 텐데 공중에서 강풍을 극복하는 훈련임에 틀림없다.

어미가 공중에서 조약돌을 떨어뜨리면 새끼들은 강하해서 낚아채는 연습을 부리에 피가 나도록 반복 연습을 하는 것도 고된 훈련 중의 하나이리라

가을에 접어들어 남쪽으로 돌아갈 때면 어미는 무리들의 몸집을 키우며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무리를 이끌며 탄수화물을 공급한다. 상공을 날을 때면 기러기나 로빈 새처럼 V자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어울리며 무리 비행을 하나 지상에서는 철저히 어미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나는 자유정신의 매력에 점점 매료된다.

캘거리 생태학자들이 전하는 각종 기록물들을 읽는다.

보우강 주변은 먹잇감이 아주 풍부해서 해마다 봄이 오면 수 천 마리의 공격적이고 사나운 프랭크린 갈매기들이 칠레와 페루에서 한 철을 지내고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몇 해 전에는 하이리버 강 외각 프랭크 호수에서 7만 5천쌍의 갈매기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철저한 철새들이다.

금년 5월 중순, 그들과 첫 대면을 했다. 공중을 탐색하는 덩치 큰 두 녀석, 수명이 15년 정도되는 프랭크린 갈매기( Ring-billed Gulls)가 나의 가게 앞 가로 등 꼭대기 양쪽에 앉아서 나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으로 미루어 작년에 그들만의 예약된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가 주차장에는 6개의 양 날개 가로등이 있다. 그들은 배설물로 그들의 자리를 식별하고 다른 녀석의 침범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 지역 터줏대감인 까치 까마귀도 그 자리에는 얼씬도 하지 못한다. 녀석들이 철수하면 그제서야 자리를 차지한다.

얼른 페페로니, 햄 먹이를 내 발 앞에 내려놓았다. 반갑다고 내려와 경계의 몸짓 없이 청소하듯 죄다 먹고 간다. 구면인 줄 아는 것이다. 매우 짠 음식이지만 그들은 눈물과 함께 배설하는 것을 안 이상 건강에 문제 될 것이 없다.

작년 여름 내내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회오리바람이 이는 며칠을 제외하고는 매일 정오가 지나면 예닐곱 마리의 한 무리가 상가 외벽 콘크리트에 나란히 앉아 출근하듯 앉아서 기다린다.  나는 가게 문을 크리스마스 하루를 쉬고 364일 열면서 그들의 습성을 파악하는데 익숙해있다. 어떤 때는 오후 내내 어미가 다시 날아와 신호를 보낼 때까지 미동도 않고 기다린다.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세 무리로 불어났다. 한 무리는 가게 뒷마당 철조망 넘어 고등학교 벽 꼭대기에, 한 무리는 가게 주차장 가로등에서 대기하다가 가게 뒷 마당에 먹이를 주면 신호에 따라 일제히 몰려든다. 삼십여 마리가 한군데 몰려있으면 주위의 눈총 때문에 먹이를 주지 못한다. 다른 곳에서 필요한 음식을 먹은 무리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일몰 무렵 무리 별로 어미들이 먼저 데려가기도 한다. 한 무리가 남으면 그때 먹이를 준다.

갈매기의 존재를 작년 여름 팬데믹이 한창 창궐할 때, 옆 가게 중국음식점 주인 Sam에게서 배웠다. 그 녀석들은 감자튀김 등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먹다 흘린 중국 음식이 있으면 서로 먹으려고 괴성을 지르며 싸움박질이다. 어떤 고지식한 녀석은 멀리 있는 어미가 도착할 때까지 음식을 못 먹게 협박하지만 역부족이다. 다 먹어치운 녀석들은 얼른 참새가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시치미 뚝 떼고 앉아있고 뒤늦게 도착한 어미와 그 녀석만 허탈한 모습으로 잔 찌꺼기를 먹고 있다.

10월 중순쯤부터는 오후 5시가 지나면 14인치 피자 도우 두 판을 구워 잘게 썰어 실컷 먹으라고 마당 뒷면에 종이를 펴놓고 주었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어미가 갑자기 나타나 무리를 이끌고 공중을 날기 시작한다 놀란 새끼들도 엉거추춤 황급히 따라간다.

30분 정도 지나서 다시 돌아와 남은 음식을 죄다 청소하고 간다. 과식을 염려한 어미가 운동을 시킬 수도 있고, 철새들은 몸의 체중 때문에 금방 새똥으로 배설하는 습관이 있어서 마당과 몰을 더럽힐까 멀리에서 배설을 시킨 다음 다시 데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미에게는 그런 지혜쯤이야 넉넉하다고 믿는다. 상가 쇼핑몰이 오물로 더러워지면 수난을 당할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중국집 뒷마당에 절반 가공한 중국 음식을 말려놓은 것은 손도 대지 않는다, Sam이 주는 음식만 받아먹는다. 손대면 그 몰에서 당장 쫓겨난다는 것을 어미로부터 철저히 교육받았을 것이다.

작년 10월 하순 내내 머물던 두 무리마저마저 떠나고 한 무리만 남아서 담벼락 위에서 기다린다. 나는 돌아갈 때까지 잘 먹여야 살 수 있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매일 피자 도우 한 판을 공급하며 가게 이웃에게 설명했다. 그들도 감동했는지 아니면 27년을 같이 일하는 정을 생각했는지 시청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어쩌다 가게 일이 바빠서 주지 못하면 맥없는 모습으로 날아 가는 모습을 보면 때늦은 후회를 한다.

11월 초순 진눈깨비가 펄펄 날리고 바람이 심한 날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눈을 맞으며 아직도 그 자리에 일렬로 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애 아직까지 남아 있어 어서 남쪽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쳤다. 내일도 또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 많은 갈매기 생태 보고서를 읽어도 캘거리에서는 10월이면 다 떠난다. 그 다음날부터 갈매기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다. 주는 먹이로 충전을 하고 먼 길을 가려고 기다린 것이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나는 아픈 가슴을 죄며 마음으로 통곡을 했다 
"주님의 말씀이 틀렸습니다. 힘이 없어 기진맥진한 채로 낙오돼 죽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저처럼 40년만 더 살아도 그런 말씀을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한순간도 편하게 쉬지도 않고 일을 합니다. 졸지 않고 그 먼 길을 오가며 삶을 위해 전력투구합니다. 철새의 삶은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어제 7월 5일 갈매기 한 마리가 비가 촉촉이 내리는 데도 몇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 정탐을 하러 온 것이다. 나는 철저히 외면했다. 금년에는 시청에서 일부 코요테가 광기를 부려 사살하기로 결정한 후로 우리 집 뒷마당 철조망 넘어 어른 거리며 친근하던 코요테의 인상도 험해졌고 야생 동물에 먹이를 주면 주민들의 신고도 늘어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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