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추석 한가위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9-11 (수) 11:51 조회 : 16266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41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한가위 날, 저녁놀이 미끄러지듯 어두움이 스멀스멀 몰려오면 동녘 하늘 지붕 위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오는 쟁반 같은 보름달을 본다. 유난히 힘에 겨운 듯 축 처진 자태가 애처롭다. 달이 너무 커서 헐떡거리며 뜨고 있다. 씩씩 거리며 뜨는 자태가 처연하다. 마음의 무게가 달처럼 무거워서 힘겨워 하는 나의 모습이 달무리 속으로 어른 거린다. 서글픈 생각도 잠시뿐, 달이 날개를 단 듯 벙그레 사픈하게 솟는다. 휘영청 보름달이 숨 가쁘게 중천에 머물며 온 세상을 밝히면, 그제야 평화의 위로가 잦아든다. 나의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 

옛 선조들이 읊은 것처럼 한가위는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감사한다. 마치 유대민족이 유월절(파스카)을 기념하며 즐기듯, 이역만리 이 땅에서도 축제는 이어진다.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대견하고 가족들이 올 한 해 건강한 것을 감사한다. 송편을 먹으며 감회에 젖는다. "주님, 나의 마음이 중천에 뜬 보름달처럼 가벼워져서 여생이 너무 부유하게도 가난하게도 하지 마시고, 늘 건강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살도록 지혜를 주소서" 

추석 명절에는 고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수구초심 ​(首丘初心),  고향은 태어나서 자라고 꿈을 키우는 곳,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깊어만 가는데 고향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고향이 없어졌다.

만주에서 태어나 함경도 원산에서 자라다가 아장걸음으로 피난길에 올라,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강원도 산촌으로 부모님이 이주한 해부터 줄 곳 나의 고달픈 객지 생활이 시작됐다. 몇 년 동안 명절이면 부모님 뵈로 간다고 했다. 고향 간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몇 해가 지나서야 고향에 다니러 간다고 했다. 고향은 부모님이 계신 곳, 고향 같은 정이 담뿍 베어 있으면 그곳이 고향이다.

깊은 산골 고향집에 이르면, 언제나 마당을 가로지르는 벽계수 시냇물을 꿀꺽 들이킨다. 

고향집 위쪽으로는 농가가 없어 눈을 걷어내고 얼음장을 깨고 마신다. 약수 같은 물을 실컷 마신 다음, 이슬에 머금은 온갖 채소 열매를 정신없이 날로 먹는다. 오이 더덕 토마토 등이 함초롬하게 지천에 널려있다. 그리고 두 다리 쭉 뻗고 단잠에 골아 떨어진다.

잠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곳 그것이 고향이다. 

인생은 고향집을 향해가는 긴긴 여행길인지도 모른다. 무덤과 천국이 영원한 안식처이듯 고향집에는 평안이 항상 깃들어 있다.  

아버지가 손수 만드신 방안의 질화로에서 끓이는 된장 냄새가 잠을 깨운다. 밭에서 갓 캐낸 더덕, 송이버섯 양념구이가 코를 찌른다. 송이버섯이 자라는 곳은 어머니 만의 비밀 장소, 가을이면 어머니는 갓 캐어 놓은 송이버섯 된장찌개를 요리해 주신다.

잃어버린 고향을 마음속으로 기리며 한가위를 맞는 심정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제 고향은 대한민국이다. 고향의 무덤에는 누님과 조카들이 별세한 부모님과 동생들을 지키고 있다.

30 여년 전 이민을 떠나며 나는 15평 남짓한 교회 묘지를 구입했다  이층으로 축대를 쌓고 봉분을 만들었는데 이번 여름에 남동생이 지병으로 또 세상을 떠났다. 곱게 잘 성장한 조카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봉분을 헐고 평상으로 봉분을 만들었다. 요즈음 장례문화가 수목장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는 조카들에게 될 수 있으면 한 곳으로 이장해서 명절이면 그곳에서 온 친척이 서로 만나 음식을 나누며 회고할 것을 권고했다.

고향을 잃은 나그네

명절이면 고향을 상상하며 정든 고향을 향해 눈시울을 적신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9546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12351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10362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0413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9630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9273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10533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12849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10824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9987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5114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8637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12663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4136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13167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11946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10623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12114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245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4046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