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송구영신의 공간 속에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9-12-30 (월) 09:51 조회 : 11613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49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마지막 피자 배달이에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나섰어요 세상이 꽁꽁 얼어 있어요 미동이 없는 세상은 두렵고 무서워요 한 해의 세파에 지친 듯 숨을 멈춘 듯 죽은 자 의 무덤 같은 언덕을 오르고 있어요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생기를 몰고 오고 있어요 요양원의 늘어진 성탄트리가 흔들거려요 피자 가방도 신이 난 듯 멋대로 춤을 춰요 이 순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에요

시간 속의 공간들이 잠을 깨우고 있어요 살아나고 있어요 긴 괘종시계의 파열음이 사방을 깨우고 있어요 감옥처럼 굳게 닫힌 문들을 지나 불빛이 서 있는 곳에서 가늘고 쉰 소리가 피어나고 있었어요 "캄 인 샘(Come in Sam)" 고무호스로 온몸을 칭칭 감은 뚱보 노인이 손가락으로 환한 손짓을 하고 있어요 이 순간은 얽히고설킨 끈들이 유일한 생명 줄이고 보호자이에요 지금 신의 천사가 동그란 공간을 들락거리며 지키고 있는 한 목숨앗이는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버트"  20년이 넘는 단골 단골손님이에요 얼마 전에도 늦은 밤 입원한 아내를 위해 양담요 한 장으로 피자를 둘둘 말아 절뚝거리며 갔어요 내 손을 꼭 잡더니 먼저 피자 한 조각을 권하는 거예요

로버트 씨의 공간 이야기

인생의 스토리텔링이에요 입원 한 달 전 까지도 지팡이를 짚고 교회 성가대원으로  봉사한 이야기 은퇴 후 오랫동안 이 요양원에서 봉사한 이야기 독일의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들 내외 이야기 하루 종일 손자들과 지낸 이야기 등등이에요 가족들은 지금은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라는 인생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에요 미스타 로버트 씨는 적막이 무섭고 두려워 나를 부른 거예요 "샘 네가 20년 전 피자를 처음 우리 집으로 배달한 날은 성탄 트리가 휘황했었지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일이었지 와인 한 잔과 피자 한 조각으로 에스 이스트 굳(Es ist gut 좋다)'을 외쳤지 오늘 밤 나와 피자 한 조각으로 마지막 축배를 해 주시게나" "그럼요" 나도 칸트를 흉내 내며 죽는 연습을 했어요 소리를 쳤어요 "에스 이스트 굳"그렇게 우리는 성스러운 제야의 추억을 나누었어요 봉투에는 빨간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어요

포플러 나무가 죽었나 봐요 코르크에 귀를 파묻었어요 따뜻해요 스르르 잠이 와요 졸면 안 돼 나이테 만드느라 왁자지껄 소란 속에서 여린 소리가 들렸어요 어머니의 소리예요 어머니가 살아 계셨구나 따뜻한 음성 어머니의 옹근 얼굴도 일그러 졌어요

정월이에요 로버트 씨의 아내가 부고장을 들고 가게로 찾아왔어요

이미 장례식은 끝났고 제야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혀있었어요

새해에도 신나게 춤을 출 거예요 영혼을 깨울 거예요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5715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7230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6975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6765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7047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6786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7245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9378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8124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6702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0965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600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9036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0227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9567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9276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7593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9069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8835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0281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