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까치의 추억, 가족사랑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6-21 (수) 12:41 조회 : 18699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07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 민식 (캘거리 문협)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계절, 6월이 오면 까치에 관한 생각이 나서 흐뭇한 추억에 잠긴다.

타운 하우스 뒤뜰 거실 마루 유리문을 연다. 큰 고목 밑에서 까치가 부지런히 땅을 파고 파묻었던 먹이를 찾고 있었다. 이민 초기시절, 언어와 화폐, 음식문화가 낯선 땅에서 친근한 까치를 본 건 처음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뜰에 생 땅콩을 마구 뿌렸다.

지금도 위성 지도로 ‘부산괴정빨래터정자우물’을 검색하면 마을 지정 보호수로 잘 보존 되고 있다. 어릴 적 동구 밖 정자우물 옆에 수백 년 묵은 몇 아름드리 고목에는 까치집이 여럿이 있었다. 막대기를 들면 닿을 수 있는 집이 있었고, 높은 꼭대기에도 몇 채가 있었다. 빨래하는 아낙들이 없는 틈을 타 고깔을 만들어 머리에 쓴 채, 동네 개구쟁이 친구들과 까치집을 두들기면 놀란 까치들이 머리로 달려들며 위협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당시 동네 어른들의 까치사랑은 남달랐다. 유난히 집집마다 감나무가 많아서, 추수가 끝나 감나무를 털면, 으레 경쟁을 하듯 까치밥 몇 개씩을 남겨 두어, 까치들을 집안에 불러들이는데 열심이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동심의 발로이리라. 지금까지도 까치를 볼 때마다, 길조(吉鳥)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많은 체험들 때문이다.

까치는 쇄연(灑然)하고 상서(祥瑞)롭다.

몸이 쭉 벗은 깨끗한 정장의 요조숙녀처럼 산뜻한 자태를 보면, 괜스레 상쾌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복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만 같다.

오래전부터 캘거리 도심언덕의 사가나피(Shaganappi Point Golf) 골프장은 새들과 청솔모 코요테의 천국이었다. 지렁이와 곤충, 식물 등 먹이가 풍부하고, 언덕 계곡엔 갖가지 나무열매 숲이 무성해서 이들이 서식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런 천해의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 이따금씩 텃새인 까치와 코요테, 청솔모 들의 한치 양보도 없는 영역 생존싸움이 치열하다. 골프장 중간 중간에 코요테 동굴(den)이 여럿 있었는데, 경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데도 생태계보호를 이유로 오히려 이들을 보호한다.

그 시절 봄이 지나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면, 골프장이 요란스러워진다. 까치, 까마귀, 로빈 새와 온갖 철새들, 캐나다기러기 코요테 사슴들이 서로 뒤엉켜 장관이었다.

10여년도 넘은 인연이라 발음이 어려운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년 이상을 근무 중 이었던 골프장 슈퍼바이저와 친해지면서,골프장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흥미로운 생태계 이야기를 여러 번 전해 들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그 이후 나의 특별한 관심이 몇 년 동안 놀라운 관찰의 진전을 가져왔다.

어느 날, 7번 홀인가, 어린 코요테 한 마리가 까치집이 있는 파인트리나무 숲을 향해 빠르게 이동 중이었고, 그 위로 까치 두 마리가 낮게 따라붙으면서 비행하고 있었다. 이날 깍깍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커서 새벽 숲속을 쩡쩡 울리고 있었다. 어린 코요테가 까치집 안의 까치 알 먹는 것을 좋아하거나, 늙어서 거동하지 못하는 까치를 잡아먹는 습성 때문이라고 했다.

자주 목격하던 일이라 무심코 지나치려고 하는데 까치 두 마리가 드디어 코요테 길을 가로막고 바로 앞 4~5미터 거리에 갑자기 내려 앉는다. 바로 뒤에는 까치집이 있고 나는 그 광경을 20미터 쯤 되는 거리에서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든 유난히 몸집이 큰 까마귀도 건너 편 나무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무에 오르려면 우리를 죽이고 올라가라’는 듯 단호하고 결연하다. “먼저 가시고 그 다음 홀에서 만나시지요.” 일행에게 양해를 구했다.

신기하게도 1분여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나, 코요테와 까치는 미동도 않고 서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골프채를 손에 꼭 쥐고 있었고, 코요테가 덤비면 달려가서 혼을 내 주리라. 얼마 후 코요테는 옆의 길로 방향을 돌려갔다.

그 이튿날 새벽, 우리 팀은 평소처럼 첫 플레이어였고, 1년 패스로 몇 년 동안 매일 하는 운동이라 거의 비슷한 지점에 골프공들이 떨어졌다, 일행은 나란히 붙어서 공을 향해 걸어가며 담소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무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몸집이 큰 까마귀가 우리 일행을 보더니 가운데서 걷고 있던 나의 모자만 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어제 구경하던 몸집이 큰 그 까마가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이리라.

그 이후로 나는 늦가을 이면 생 땅콩을 사서 까치집 주위에 뿌려 주곤 한 덕분인지, 어느 해 가을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까치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까치는 나를 본 척도 않고 주위에서 잔디를 쪼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구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옆으로 구멍이 난 입구는 생각보다 넓었고 뽀송한 털들이 온 사방을 감싸고, 깨끗한 실내에 거동이 불편한 듯 힘든 늙은 까치 한마라가 맥없이 쫑그리고 앉아있었다. 그 상서(祥瑞)로운 모습에 한참을 울컥했다. 캘거리 까치는 늙으면 제 부모를 정성껏 돌보고 가족들의 위험 앞에서는 목숨을 건다. 듣던 그대로의 소문을 직접 체험한 날이다.

가슴에 품고 지금까지 지냈는데, TV방송국 ‘동물농장’을 방송을 보고, 슬그머니 용기가 난다. 실타래 풀 듯 몇 차례 술술 풀어 나갈 것이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9546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12354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10365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0425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9633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9276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10536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12858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10827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9993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5120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864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12669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4145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13170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11952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10626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12117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245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4052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