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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1-19 (토) 17:11 조회 : 2604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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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아들의 교대 덕분에 일찍 가게 문을 나섰다.

한 해의 가는 길목이 불안하고 썰렁하지만, 고통의 성장은 나를 더욱 영글게 만든다.

지나온 걸음 발자국 속에서 내가 쉽게 보인다. 삶이 선의 연속이라면 발자국은 점의 순간이다. 늙음이 아름답다는 것은 지나온 순간순간들이 바쁘고 아슬아슬한 점의 연속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장미꽃은 독한 가시 속에서 피워낸다.

진흙과 가시는 생명이 있는 한 함께 가는 것, 함께하는 인생에는 아름다운 멋이 있다.  

이렇듯, 썰렁한 불안마저 정이 듬뿍 베어 들어서 가는 세월의 거대한 수레바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잠시 멈추게 하고 싶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쉴만한 장소도 없어, 비교적 외지고 오래된 골목이나, 사반세기(四半世紀) 동안 정든 골목길을 찾아 나선다. 나는 그  짧은 골목 집들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올해 유난히 성탄 치장을 요란하게 장식한 집 앞에 머문다. 동년배의 보리스 집 앞이다. 이 골목에 단골 고객이 많은 것도 보리스 덕분이다. 검정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걸친 채로 마당 앞을 서성거리며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는데, 마침 손님을 배웅하던 보리스가 나를 알아보고는 팔을 잡아당긴다. 느닷없는 옷 치장과 방문에 놀란다. 나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는 지하실로 안내한다. 집에서 제조한 와이너리 컬렉티브 룸(Winery  Collecive Room)이다. 얼핏 짐작을 해도 200여 병은 벽면에 꽂혀 있고 나머지는 주변에 빼곡히 지저분하게 널려있다. 낮은 사다리를 타고 두리 번 거리다, 오래된 포도주 병인 듯, 타월로 먼지를 닦아 내고는 한 잔을 건넨다. 그는 이미 몇 잔을 마신 듯 얼굴에는 도연한 빛이 감돌고 오늘따라 퍽 늙어 보였다.'1995' 글귀가 선명하다. 마지막 남은 한 병이라고 했다. "이 글자의 의미를 알고 있나?" 머뭇거리던 나에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날이지, 너의 가게 피자를 주문하고 이 포도주로 아내와 결혼 20 주년 축배를 들었다네" 아내는 금년 가을에 심장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어쩌면 나도 이 집에서 마지막 성탄을 지내고 한적한 시니어 빌리지를 물색할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의 놀라운 기억에 나의 취기가 점점 더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데 그가 먼저 공연장에 늦지 말라고 재촉했다. 

언제나 일에 쫓기며 헐레벌떡 가까스로 도착하곤 했는데 양로원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처음이다. 고급 양로원이라 모든 시설이 사치스러운 것이 유쾌하지 않다. 많은 양로원에서 합창 단원이 연주하고 주차할 넓은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옆의 소파에서 한참을 쉬고 있는데 한 여성 합창 단원이 고운 한복을 입은 채로 문을 열자 냅다 뛴다. 문을 연 틈새로 차디찬 겨울바람이 치마폭을 부풀리며 너울거린다. 모든 것들을 포용한 어머니의 품 속 같다. 한 해의 마지막 봉사를 늙어가는 인생들을 위해서 합창으로 헌신하려는려는 애절한 사랑의 바람, 숭고함이 배인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빠져나온 바람이 남실거리며 속삭인다.'당신은 여인의 치맛자락에서 가는 세월을 보고 있군요' 내가 답을 했다. "그래요, 그 치맛자락 끝에서 우리의 희망을 봅니다."

이렇듯 성탄 주일에 사람마다.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가는 인생이 즐겁지 않은가

수필가 찰스 램은 제야(除夜)의 수필에서 사람에게는 두 종류의 생일이 있다고 했다. 

태어난 날이 있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맞이하는 생일이 있다고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새해가 생일 보다 나의 인생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크리스마스 아침, 신문을 흩어본다. 희망을 노래하는 글보다 절망과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글들이, 올해가 유독 더 많은 것 갖다. 앨버타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 지고 한국의 정치 경제는 추락의 날개를 멈줄 줄 모르니 시름이 더해간다.

이 와중에 한국의 문제인 대통령은 휴가를 갔다.

이 성탄 계절에 역대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계층을 방문하고 위로해야 하는데도, 집에서 쉬는 동안 첫 성탄 메시지 일성이 '나의 행복이 국민 모두의 행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새해에 희망을 노래하고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할 것이다. 나의 이웃과 교민들을 위해서 희망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전력투구하는 고통과 험한 조건 속에서 연꽃과 장미는 피어나고, 봄의 로빈 새는 그 험난한 상공을 뚫고 돌아와 우리들의 지붕에서 봄 노래를 부르며 나를 축하해 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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