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기해년 새해 아침에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1-19 (토) 17:26 조회 : 15453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27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기해년  새해 아침이다.

해가 뜨려면 아직 3시간이 남아 있다.  서재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기해년에 출산한 아이는 복을 듬뿍 이고 산다는 속설 때문인가, 새해 아침의 찬 공기가 유난히 포근하다.

해마다 아주 이른 새벽 미명에, 창문을 여는 경우가 두 번 있다. 새해 첫날과 로빈 새가 돌아오는 이른 봄, 열흘 어간이다.  이민생활 중에 터득한 별스러운 행동이 사반세기를 이어오면서 습관이 되었다. 

의지할 것이라고 없는 적막강산에서, 우여곡절을 빼곡하게 짊어진  이 육신을, 새해 새벽에 창문을 여는 순간, 고요한 바람이, 마치 늦가을 는개가 살갓에 촉촉이 스며들듯, 희망이 온몸을 적시며  찌든 영혼을 몰고 가는 환희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 image

새해 첫날 새벽은, 찌든 것들을 말끔히 씻어 내려는 내면의 충동이고, 귀소본능의 로빈 새가 부활 주일 전후 열흘 정도의 어간에, 첫 노래가 바람결에 실려 올 때까지, 매일 새벽 창문을 열어 놓곤 한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는 기쁨보다, 며칠 동안 공중을 날며 절반 이상이 공중 맹수의 공격을 피해 살아 귀환하는 기쁨이 더 커서,  살아 돌아온 기쁨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일출을 보러 민둥산으로 올랐다. 순환 도로 공사의 끝자락 공사 때문인지 민둥산으로 오르던 익숙한 차도들이 이곳 저것 막혀있다. 미련하다고 놀려 대지만, 미로를 찾는 데는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돼지처럼, 어둑컴컴한 임시 도로를 구불구불 곡예 운전하듯 용케도 간신히 빠져나왔다. 언덕 위에 주차한 것이 22X 길 옆 낯선 유태인 사설 공동묘지 입구이다.  헌화할 때면 생화 이외에 조화는 반입 금지라는 입구 팻말이 눈에 띈다.

서북 방향 하늘이 온통 옅은 먹구름으로 드리워있다., 남동쪽 하늘마저 덩달아 회색으로 가린 채 오늘은 일출 보기가 힘들겠구나 체념하며 홀로 서 있다.  새해에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날씨가 영하 4도를 가리키는 것도 이색적이다.

실망이 희망을 향해 질주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남동쪽 하늘 높이 초승달이 밤새 지쳤든지 별 하나가  바로 옆을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동쪽 지평선에는 구름 띠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고, 서쪽 하늘의 구름이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로키산맥이 도열한 채 붉은 기운을 받아 팡파르가 울린다. 소리가 너무 요란해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

구름이 해를 가려도  여전히 해는 구름 뒤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자연의 준엄함 법칙을, 새해 아침에 배운다. 나는 굉음 같은 소리가, 하나님의 음성 같기도 하고, 전광석화와도 같은 빛은 넓은 메밀밭이,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이더니, 황금 동산으로 변한 하나님의 솜씨가 아름답다. 하나님의 동산 속에서 묘지의 비석이 반짝거린다. 달과 별이 이내 사라진 온 하늘은 파랗다. 

귀에 익은 듯 자작 낭송을 한다.

해야  솟아라  

맑고 고운 해야 어서 솟아라. 

구름 띠 걷어내고  어둠을 헤치고 솟은 해야 

내 안의 검은 띠 걷어내고 희망의 빛으로  물들여라

가슴이 뜨거워 질 때까지 종일 솟아라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  돼지의 해',  육십 갑자로 펼친다면 돼지띠 기해년이다. 12년 전, 청해 년 돼지띠가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유수 같다.  오늘에야 인생의 철이 들기 시작하나 보다.

이 순간, 마음속 가치의 추구가 외적 가치를 누르고 일어서고 있다.

마치 인생의 끝에서 서 있는 것 같아, 나의 관심은 온갇 시름을 잊고 순수한 존재의 근원을 찾아 간다.

그릿(Grit; 기개): 나는 노년에서야  나의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  

이민의 삶에서 넘어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새해 아침에 배운다.

덕워스 교수는 '기개'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라고 했다. 해가 뜨나 해가 지나 꿈과 미래를 물고 늘어지는 힘이라고 했다.

노년, 내면의 영글음을 향해 달려간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9972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12840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10749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0809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9918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9582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10902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13164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11163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10311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5666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888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13125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4598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13563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12222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11025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12465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2840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4493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