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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어느 멋진 봄날에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3-13 (수) 01:03 조회 : 2742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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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제2회 캐나다 한인여류문인협회 열린 시 낭송회

지난 3월 9일(토) 낮 12시, 캐나다여류문인협회가 주최하는 3월 월례회 및 제2회 열린 시 낭송회가, 레이크 루이스 샤토(Fairmont Chateau)​ 호텔 야외 정원에서 2시간여 동안 6명의 회원들과 가족들 그리고 원 주희 캘거리문인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전날, 금요일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캘거리한인회관에서 캘거리문인협회 3월 월례회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여류문인협회 김 숙경 회장과 이 정순 총무, 회원들이 합류해 격려해 주었습니다.

샤스카츠완, 에드먼튼 등 장거리 여행에 지친 모습들이지만 끝까지 참석한 열정이, 너무 아름다워 봄의 여인들처럼 화사한 치장을 두른 모습이었습니다.

​ ​이날의 월례회는 주제는 '함께하는 시'로 진행되었고 신 금제 시인의 사회로 시작됐습니다. 2003년 캘거리 문인협회를 창단하고 6년 동안 회장을 역임한 민초 이 유식 시인의 특강 <시작의 산실>이 있은 후, 민초 시인이 제공한 막걸리가 곁들인 푸짐한 만찬이 제공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습니다. 문인들의 우애가 점점 깊어질 무렵, 아쉽게도 내일 행사를 위해 막을 내렸습니다.

이튿날 다소 쌀쌀하고 추운 날씨였습니다. 아침 일찍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너무나도 맑고 화창했습니다. 가을 하늘 보다 높은 삼월의 봄 하늘, 며칠 전 폭설로 온 세상을 씻어 내더니 오늘은 공중의 제트기류가 하늘을 청소했습니다. 새파란 하늘에는 작은 새털구름 몇 점이 노닐뿐, 사진을 찍기 위해 열어놓은 차창 밖으로 로키산 특유의 향기를 품은 산소 냄새가 순식간에 폐부를 씻어내곤 합니다. 눈앞의 로키산 등이 또렷한 자태로 우람한 설산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1년 중 이런 날씨를 만나는 날이 매우 드물다고 했습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지금 미세먼지로 고통 당하고 있는 한국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퍽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 년에 하루만 쉬고 26년 동안 지금도 피자 레스토랑에서 쉴 틈 없이 일을 하는 고달픈 이민의 삶이지만, 늘 천국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아내와 함께 고백을 하곤 합니다. 맑은 공기, 절경의 로키산이 코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고희를 넘은 나이에 일을 한다고 핀잔을 건네는 지인들에겐 '앓아서 눕는 날이 가게를 접는 날'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강추위와 폭설로, 오두막 지붕들이 금방 내려 않을 것 같은 오솔길을 지나서 꽁꽁 얼어 눈 덮인 호수 위를 끝없이 걸어가는 수많은 관광객들, 넋을 잃고  바라보며 호텔 정문의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눈앞에 <캐나다 여류문인협회 시 낭송회> 현수막이 한글과 영어로 걸려 있었습니다. 호텔 측에서 그동안 쌓인 눈들을 치워 높게 인공적인 병풍을 만들었고, 그 뒤에는 호텔 건물이, 담장처럼 바람을 막아서며 햇볕을 가두니, 바람 한 점 없는 햇빛은 빠져나갈 길을 차지 못한 채, 한가하게 졸고 있었습니다, 천혜의 난방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회원들의 남편분들이 회의 장소에 큰 원탁 테이블과 10여 개의 안락의자를 준비하고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뒤편에는 시화 전시회가 액자들이 소담스럽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호텔 안에서 행사를 하는 줄 알고 모자와 장갑을 준비하지 않은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회의 식순에 따라 총무가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작년 9월 19일, 에드먼튼, 캘거리, 샤스카추완 지역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8명의 문인들이 창립회원으로 발족했습니다. 회장에는  윤동주문학상 최고상 수상자인 김 숙경 시인, 총무는 한국 문단에 널리 알려진 동화 작가 이 정순 문인, 감사에 전직 캘거리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신 금재 시인이 선출되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행사입니다.

총무의 그간 경과보고가 끝나자 6명의 시인들의 자작 시가 작가들에 의해 낭송되었습니다. 

<달섬을 품은 시인> - 김 숙경, <아버지와 차향> - 이 정순, <미네완카 호수에서> - 신 금재, <밀밭 편지> - 하 명순, <로키의 꿈> - 이 명희, <레이크 루이스> - 전 선희

낭송에는 모두 일가견이 있는 문인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어느 캐나디안 부부는 유창한 한국말로 격려했습니다. 바로 30m 앞에는 큼직한 얼음집과 얼음조각물들이 즐비했습니다. 시인의 목소리들이 얼음집에 부딪치며 반향이 되어 다시 들려오는 듯 환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시가 낭송되는 동안 나는 주머니 속의 셀러폰으로 유키 구라모토(Yuhki Kurammoto)의 미스티 레이크 루이스(Misky Lake Louise)의 피아노 연주를 낮게 틀어 배경 음악으로 함께 감상했습니다. 눈부시게 빛을 내는 눈 덮인 호수 위를 바라보며 행복에 젖었습니다. 내 생애 이런 날들이 몇 번이나 올는지,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입니다. 2시간의 행사가 끝나고 밴프의 한식점에서 회장과 총무가 제공하는 저녁 만찬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얼마나 빠른 진행이었는지 호텔 문턱도 밟지 못했지만, 이틀 동안 삼월의 멋진 봄날 들의 향연을 만끽했습니다.

이 옥고의 시 들을 혼자 감상하기에는 너무 아쉬워, 다음 주부터 주간한국에  매주 2편씩 게재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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