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구정 아침 고향 생각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3-13 (수) 01:10 조회 : 16113
글주소 : http://cakonet.com/b/column-131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설날 아침 새벽이다. 

마음은 이미 고향에 있는데, 이 몸을 초승달 쪽배에 태우고 훨훨 날아 부모님의 묘지에 내려주면, 총총한 별빛 아래 찬송을 부르며 펑펑 울고 싶다. 세상 떠난 동생들을 찾아 분향하며 참회로 용서를 빌고, ​ 형제들과 친척들,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만주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 따라 여러 곳을 이주하며 떠돌아다녔으니 이향(離鄕) 민이고, 전쟁으로 북쪽 고향을 강제로 떠난 실향(失鄕) 민이다. 힘든 생활 때문에 가족을 이끌고 머나먼 타국 땅에서 타국살이를 하고 있는 나는 분명 고향 떠난 나그네, 현실이 더욱 서글프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그네의 설움은 점점 깊어 가고,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더해져 향수(鄕愁)의 병이 들기 시작한다. 나그네 이민자의  고향 생각은 하늘만 큼이나 높고 소중한 것, 우울해지며 존재의 상실로 발전할까 두렵다.

고향 

나지막한 소리로 읊조리기만 해도 고향산천이 펼쳐진다. 

고향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어린 시절 자라면서 정이 깊이 들었던 곳이 아니던가. 

복잡한 고향의 의미와 정의를 가슴에 이고 살아도 나의 고향은 늘 포근한 곳이다. 

나그네 인생은 죽을 때까지 포근한 고향 집을 향해 달려가는 길고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고향의 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재첩국 사이소' '찹쌀 떠억 사려' '따근한 두부 왔심더' 새벽이면 손에 든 딸랑 종을 흔들며 새벽을 깨우는 찹쌀떡, 두부 장사 아저씨, 머리에 꽈리를 틀고 재첩국을 이고 가는 아줌마 들의 고함 소리들이 요란하면. 뻐꾸기도 놀란 양, 앞산과 뒷산에서 뻐꾹 뻐꾹 연신 울었다. 

구정 전날, 아침 일찍, 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준 판잣집 토담 공부방으로 마을 이장 영감님이 찾아왔다. 헌 담요를 뒤집어쓰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아침 안 묵었지? 나하고 아침 묵고 오늘 손자들 숙제 좀 가르쳐 줄 수 있나?"  나는 얼른 따라나섰다. 마을 부잣집이라, 김 영감의 논과 밭을 밟지 않고는, 그 마을을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부유한 종갓집이다. 큰 기와집에 너른 마당, 하인들이 구정 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열 칸도 넘을 방을 지나서 공부방에는 손자와 손녀가 새파랗게 질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손자는 나와 중학교 2학년 같은 반 친구이고, 두 살 아래 손녀는 초등학생이다. 나는 상위 성적을 유지해야 자격이 있는 반장이었고 친구의 성적은 늘 하위를 맴돌아서, 방과 후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기 하기 일쑤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공부방을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영감 님이 안방으로 불렀다. 그렇게 호화롭고 큰 안방은 처음 구경했다. 세배를 했다. "세배 돈 받거라." 받아 든 흰 봉투가 두툼하다.

다음 날 새벽 아침,

재첩국 장사 아줌마의 외침에 달려 나갔다. "남은 재첩국 다 사면 얼마 인교?" 봉투에서 돈을 꺼내 건넨다. 아줌마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니 무슨 돈이 이리 많노" 어제 이장님 새뱃돈 입니더'

온 가족이 이틀을 먹고도 남은 기억이 자랑처럼 생생하다. 가난했지만 늘 당당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마을 정자 나무 우물가로 달려간다. 물을 한 사발 들이켜고 물배 채우면 까치가 깍깍 울어대며 반긴다.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고향 마을이었다. 이렇듯 어린 시절의 꿈과 낭만이 깃들여진 정든 곳이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아스라한 추억들이다.

구정 새해 아침, 며느리가 아이들 학교에 태워다 주고 아침 일찍 김장을 도우러 왔다.

한국 식품점에서 한국 배추 4 상자에 60 불을 주고 사들인 아내는, 며칠 전부터 싱글벙글 신바람이 났다. 지금의 고물가 시대에 값이 싸고 단맛이 나는 상품의 배추를 사들인 쾌감 때문이다. 배춧속을 보물이는 힘든 일과 설거지는 나의 몫,  끝나면 11시 노인회 주최 점심 모임에 참석을 하고, 가게에서 일을 하다 오후 7시 합창반 삼일절 기념 예술제 참가 연습에 가야 한다.

이렇듯 구정 아침의 고향 생각은 아련하게 저 멀리 있는, 달려가야만 하는 염원과 현실의 간격 속에서 늘 존재하지만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인생은, 일생을 고향 집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과 동일한 개념이어서, 다시 운명의 덤덤한 생각으로 돌아가곤 한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 자루 벗을 삼아 화전 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땀에 찌든 삼베 적삼 기워 입고 살으시다 

소쩍새 울음 따라 하늘 가신 어머니 그 모습 그리워서

이 한밤을 지새웁니다 (고향의 노래)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9546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12351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10365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10413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9633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9276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10533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12849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10824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9993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5120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864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12666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4142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13170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11952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10626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12117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1245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4049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