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보장" 요구 한 달여…해묵은 숙제 표면화
캐나다 원주민이 16일(현지시간) 하루를 '행동의 날(Action Day)'로 정하고 전국 시위를 벌이자 주요 도시 곳곳에서 철도와 고속도로 운행이 지연되고 도심 집회가 이어지면서 해묵은 숙제인 원주민 문제가 전면 부각됐다.
전국 각지의 원주민 단체는 이날 원주민 지역의 토지와 자원 보존 및 이용에 관한 원천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면서 일제히 1일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민권운동 성격의 '태만은 그만(Idle No More)' 운동이 전국적으로 세력을 넓히며 조직화한 것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빅토리아 지역에서 한 달여간 계속돼 온 여성 원주민 부족 대표의 단식 농성이 전국의 주목을 받으면서 증폭됐다.
이들은 지난해 보수당 정부 주도로 의회에서 통과된 환경 관련 법안이 원주민의 토지 주권과 수자원 등 자원 이용 권한을 무시,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무효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50여년 전 영국 왕실과 원주민 간 체결된 원주민 협약이 그동안 정부의 무성의와 교묘한 지연 전략으로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협약 준수를 촉구했다.
지난해 입법화한 환경법안 중에는 환경 영향 평가 및 승인 절차 등을 신속히 처리토록 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원주민 토지와 수자원의 오염을 악화시키고 산업체의 개발 이익 또한 원주민 측과 정당하게 배분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보수당 정부는 예산 관련 각종 법안이 야당의 반대 등으로 논란을 빚자 쟁점 법안들을 하나의 법안으로 단일화하는 편법을 동원해 변칙 처리, 물의를 빚었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지난주 원주민 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각 지역 부족회의 대표들과의 면담이 성사됐으나 양측 모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온타리오 주 등 3개 지역 대표가 총독의 참여를 요구하며 면담에 불참하는 등 원주민 대표회의 내 분열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온타리오주 국경도시 원저와 미국 미시간을 잇는 앰배서더교(橋)에서는 원주민들의 교량 점거 시위가 벌어지는 바람에 물류 수송 트럭 등의 통행이 크게 지연됐다.
또 토론토, 오타와와 몬트리올을 잇는 비아레일(VIA Rail) 철도 노선도 점거 구간을 버스로 환승해 운행하는 등 지연과 불편을 겪었고 BC주 북부 지방의 국립철도 구간도 수 백여명의 현지 원주민 점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의 대치나 충돌, 연행 등 물리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또 CBC방송 등에 따르면 여론도 대체로 이들의 평화적 집회와 주장에 이해를 표시하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