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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이 유식 시인의 인생길 산책 120 <어느 시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글>

글쓴이 : 반장님 날짜 : 2023-04-17 (월) 21:54 조회 : 4272
글주소 : http://cakonet.com/b/writer-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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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이 유식 시인의 인생길 산책 120
<어느 시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글>

아들아 나는 여자의 3종지도만 배우며 자라났다
학교라는 것이 있는지 그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소위 그 시절 양반이란 진성이가라는 집의 딸로 태어났다. 여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말을 아침 저녁 양친에게 밥 먹듯 들으면서 성장을 했다. 내 나이 18세 때 영남유림에서 고명하신 집의 재취로 시집이란 것을 왔다. 그 때부터 여자의 3종지도라는 말을 한평생의 길로 생각하며 92세의 나의 생존을 마감하면서 이 글을 남긴다. 여자의 길 3종지도라는 뜻은 출생을 하여 출가를 하기전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야하고, 출가후에는 지아비 즉 남편의 뜻에 따라야하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맏아들의 뜻에 따라야 함을 듣고 배우며 한 생을 살아왔다.

18세에 시집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남의 남자의 아내가 되어서 8남매를 출산하며 살아왔다.
너는 9삭동이 유복자로 아버지 얼굴을 못보고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다. 너는 내 나이 42세 때 출산을 했으니 그 시절로서는 너의 생존여부가 큰 걱정이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나기 한달 전에 너의 아버지는 59세의 나이로 고혈압이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시절에는 고혈압에 관한 약품도 없고 치료도 한번 받지 못하고 너의 아버지는 8남매를 나에게 맏기고 영영 못올 길을 떠나셨던 것이다.

너의 아버지의 아호는 <순부>로서 영남유림에서는 유학을 숭상하는 업적이 훌륭하셨던 모양이다. 젖을 먹일 틈도 없이 울고있는 너를 부둥켜 안고 이 어미가 겪어야했던 사연을 어이 다 글로 남길 수 있으랴. 학교라는 것도 모르고 남의 어깨 넘어로 익힌 국문이기에 어이 그 때의 고난을 다 적으랴만 아버지가 떠나시니 영남유림의 문짝이 넘어졌다며 문상객을 3달이상 맞이해야했으며 매일 쌀 한가마니로 밥을 지어서 문상객을 맞이할랴 울고있는 너에게 모유를 먹일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에 너에 대한 미안함은 말할 수 없다. 동네 일가이던 <반짐이 댁>의 젖을 먹고 네가 연명을 할 수 있었슴을 잊지 말라. 반짐이 댁도 젖이 부족하여 너에게 충분히 젖을 먹이지 못했다며 미안해 함을 나중에 들었을 때 나 한 없이 울었다. 네가 성장하며 기침도 자주하고 뼈대도 약한 것 같아 그 흔한 보약을 먹이고 싶어도 위의 너의 두 형의 눈치를 보느라 어릴 때 보약한첩 못 먹인 것이 나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다.

다시 말해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운명으로 생각하며 나의 삷을 살아왔던 것이다. 애당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지아비가 세상을 떠났으니 맏아들 말만 듣고 살아가는 것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았던 것이다. 그 많은 재산 반촌인 동네 80가구가 우리집 밥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기에 그 많은 농토와 일꾼들을 두고 큰 농사를 짓고 그 수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였다. 허허로운 인생사를 절감하며 호미를 들고 밭 농사에 전념을 하며 하루 하루의 상념을 삭혀나가야했다. 여름 한 철에는 일꾼들의 세끼 밥을 해대고 하루에 두번의 새참을 해 날라야 했었다. 우리 시절에는 식모라 하지 않고 담살이라하여 동네에서나 타 곳의 사람 2가구가 우리집 문간 채에서 기거를 하며 두가구의 전 식솔이 지금의 식모살이를 하면서 밥을 같이먹으며 농사를 지었다. 겨울 농번기가 아닐 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생활을 했었다.

너에게 한마디 꼭 남기고 싶은 너의 아버지의 일이다. 일본이란 나라에 외유를 떠나게 되었다. 아녀자인 내가 무엇을 알랴마는 그 때 영남유림에서 명망있는 유생으로 참여했다. 일본에서 2달이상 있다가 귀국을 하여 집에 도착 하루후부터 단식을 시작하셨다. 아무런 말도 없이 대청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식음을 전패하니 문중에서 걱정하여 영남의 이름있는 양반이란 집에서 순부가 죽는다면서 많은 사람이 너의 아버지를 찾아왔었다. 식음 전폐 이유를 말하지 않으니 유림에서 한 때 큰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7일 후에 쓰러지셔서 단식을 중지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너의 아버지가 나에게만 말씀을 하셨는데 일본과 우리 나라의 발전상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말 한마디와 이러다가 우리나라의 뒤처진 문물이 어떻게 될까 너무 걱정이 된다는 말 외에 어느 누구에게도 일본 유람단으로 일본을 보고오신 소감을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너의 아버지는 말을 타고 다니셨는데 그 말의 장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답게 치장을 하신 말을 타고 하인이 몰고 다니셨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아버지는 더 이상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남기고 싶은 말 어이 다하랴만 덕이 없는 어미의 삶이기에 부끄럽다. 그 많은 재산 너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못한 어머니의 한과 사랑을 이해해다오. 네가 대학을 다닐 때 등록금 한푼 어미가 마련해주지 못했고 자취라는 것을 할 때 보리쌀도 없어 밥을 굷으며 군 고구마 하나로 하루 식사를 하며 냉수를 마시며 하루를 넘겼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너는 모르리라. 너의 형들이 야속하고 밉고 어이 저들이 나의 자식일까를 생각하며 너의 아버지 뒤를 따르리라는 결심으로 나도 단식을 한 때도 있었다. 가정의 일이니 남이 알까 무섭고 두려워서 나의 애끓는 마음을 어이 다 이야기를 하랴만 고생끝에 낙이 있슴을 명심하라는 말 밖에 아무것도 못해준 어미를 용서해 다오.

하지만 삶이란 짧은 듯 하면서도 긴 것이다.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말거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면 부처님이 너를 보호해주셔서 성공을 하리라 믿는다. 네가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부처님 앞에 기도를 드린 나의 염원이 너를 성공을 하게 할 것이고 세월이 갈수록 고생에서 벗어나리라 믿는다. 부탁은 절대 남하고 시비를 하거나 싸우지 말아라. 행여 시비나 싸움이 발생하면 언제나 네가 양보하고 일시적인 수모를 감내하면서 참고 져라 져주어라. 지는 것이 이기는 길임을 명심하고 항시 먼 앞날을 생각하기 바란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별 것 아니니라. 속 끓이지 말고 애태우지 말고 참고 참으며 주어진 현실대로 살아라. 인생살이 아무것도 아니니라. 긴 것 같아도 너무도 짧다는 것을 알아야한다.항시 남을 위하여 베풀면서 살아라. 그러면 너도 모르게 복이 들어오고 있으리라. 크게 성공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으며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거히 건강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 인심도 무서우니 남을 하늘같이 생각하며 양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끝으로 어미에 대하여 애절한 생각을 하지 마라. 어미의 삶은 어미대로 주어진 업보니 네가 애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 불자이니 부처님의 품으로 가서 극락왕생을 할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언젠가 너도 연륜이 넘처나면 어미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겠나. 그 때 이승에서 어미가 너에게 못 베푼 사랑을 영원히 줄 것이다. 아들아 건강해라 건강해 한 없이 사랑한다. 어미의 마지막 글이니 혼자만 간직하고 가끔 기억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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