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이 유식 시인의 인생길 산책 69
<로키산 시인의 戀歌, 최연홍 시인을 보내고>
민초 이유식 시인
앵두나무 우물가도 없는 로키산 계곡에서 갈래머리 땋은 촌 처녀, 나를 좋아하던 재향이 처녀를 접목시키며 황량한 겨울산을 오른다. 로키산의 시인이라 부르고 싶다는 나의 친구 미국에서 제2의 윤 동주 시인이라 부르는 친구가 나에게 붙여주고 싶다는 닉, 그 닉을 붙여주던 나의 친구 닥터 최의 장례식을 줌이라는 영상으로 올렸다.
고 최연홍 시인
2021년 1월 16일 저녘 일곱시 그 친구의 영정 앞에 머리를 숙이니 눈물이 왈칵 쏫아진다. 나에게 로키산의 시인이라는 닉을 붙여준 그 친구가 원망스럽다. 잊혀지지 않는 그의 인간 됨됨을 흠모하니 그렇게 훌쩍 소식 없이 내 곁을 떠날 줄 알았다면 그곳 워싱톤을 찾았을 텐데 이 경천동지할 현실 앞에 생존의 허무함에 다시 한번 망연자실을 한다.
들려오는 메아리 소리로 그 친구를 불러 본다. 아무리 찾고 찾아도 내가 로키산의 시인이라는 닉을 얻기에는 너무 부족하여 나의 닉을 붙여주고 싶다는 친구에게 푸념을 했다, 시를 공부하지 않았고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고자 시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내가 어이 로키산의 시인이란 닉을 얻을 수 있느냐고 응석을 부렸다,
말을 잊은 나의 친구 왈 자네는 모국의 어느 <강>의 시인이라는 시인 못지 않게 시를 잘 쓸 수 있다며 격려를 한다. 바람이 차고 찬 로키산 까마득히 먼 곳에서 폭풍우 치고 며칠째 쌀눈이 내린다. 눈 보라 휘날리는 고속도로에 차를 몰았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 <마릴린 몬로>도 만나고 미국의 나의 친구 닥터 최와 술잔을 기울이던 <림록> 호텔 창가에서 로키의 <런들> 산맥에 휘날리는 눈 보라를 마음 속에 담으며 와인잔을 꺾는다.
떠난지 며칠이 되지 않았건만 짧은 만남에서 백년지기 친구가 된 닥터 최 동갑네기인 우리는 만나자 서로 친구가 되어 나네하는 흉허물 없는 지란지교의 친구가 되었다 그 정의롭고 선비 정신의 사고와 호탕한 그 친구를 찾는 연가를 부른다.
알버타의 꽃 들장미가 나를 찾아오면 로키산의 시인이 될 수있을까 하는 상념과 수줍음이 눈꽃 속에서 유영을 한다.
로키산에서 피어날 연두빛 자작나무의 햇순이 나를 보고 웃고 로키산의 산양 떼들이 로키에서 벗을 하자면서 나를 부를 것만 같은 감정을 소화하려고 무작정 차를 몰고 넘버원 고속도로를 달려 본다.
민족 시인, 그리움의 시인, 로키산의 시인, 아름다운 닉들이 나를 괴롭힌다. 빈털털이의 눈물이 거기에 있다.
지난해와 오는 해는 나의 생존을 암울하게 함에 나 자신은 요사히 완전히 멘붕 상태인 것 같다. 이는 나를 지도해 주시고 아껴주시던 은사님, 반세기를 사제지간의 정을 맺고 항시 걱정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나의 은사님이 지난해 12월 15일 낙상으로 먼 길을 떠나셨다.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에 피선되었다는 카톡이 같은 제자인 J박사가 보내어 왔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기뻐 했던가. 생각을 더듬으니 이제는 조국에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지도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슬픔을 어찌해야 하나? 내가 조국을 찾을 발길이 한발한발 멀어져감에 눈물이 흐른다.
오늘도 로키산이 나를 기다린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며 나를 기다린다. 기다림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는 석두다. 또한 멍청이다. 로키산의 시인에게 미안해서 먼 하늘을 본다.나의 정신적 안식처인 이 로키를 찾을 때 마다 나는 친구 닥터 최를 그리며 친구야 어이 그리 소식없이 훌쩍 먼길을 떠났느냐는 묻고 또 물으며 그리워 할 것이다.
오늘도 쌀가루 같은 흰 눈이 나의 시야를 가린다. 영면하소서 나의 친구 최연홍 박사. 이 로키산의 시인이 갈 길은 어디일까 (2021년 1월 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