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흰 운동화>
5일장이 서는 날
두메 산골 내 고향 30십리 왕복길 흙 먼지 마신다
개나리 진달래 아지랑이 꽃 피어날 때
얼었던 냇가에 실버들 손짓하면
봄 바람 꽃 바람 마시며 장날을 찾아가신다
뒷산에 뻐꾹새 뻐꾹뻐꾹
앞 동산 뒷 동산의 종달새 울움소리
어머니 5일장 시장에 장 보러 떠나신다
해 질 무렵 하이얀 운동화와 고등어 두마리 사들고
긴 한숨 피곤을 달래며 어머니 안 마루에 누으신다
식아 식아 네가 좋아하는 흰 운동화 고등어 사 왔다
식아 식아 신이 너의 발에 잘 맞아야 할 텐데
허허로운 웃음으로 나를 보시며 웃으시던 모습
아버지 못 본 내 자식
좋은 어머니가 못 되었다며 눈물 흘리시던 어머니
지금 그 어머니 찾아서 방랑길을 헤매는 나는
혼자 베갯머리 적시며 이방인이 된 나는
어머니 찾아 넓은 광야에서 목 놓아 울며 불러보아도
메아리 소리도 들리지 않는 북극의 찬 바람
세월 속에 무너져 내리는 나의 회한의 신음소리
내 생존의 뒤 안길이 저 만큼에서 손짓을 하는구나
이승 길 멀리 남지 않아 철이든 불효자식
불러봐도 울어봐도 찾을 수 없는 사막의 오아시스
하늘같이 아득한 어머니의 그 사랑 어찌하려느냐
허공에는 별 하나 반짝이고 별빛 속에 눈물이 흐른다
민초 이 유식 1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