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민사회에 사상 처음으로 남녀 주 의원 2명이 동시에 탄생했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총선에서 스티브 김(41·한국명 김형동) BC자유당 후보와 제인 신(31·한국명 신재경) 신민주당(NDP) 후보가 각각 코퀴틀람-메이라드빌, 버나비-로히드 선거구에서 당선이 확정됐다.
김 당선자와 신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주 정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여당과 야당 소속으로 인접 선거구에서 나란히 당선돼 캐나다 한인 이민사의 새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인출신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인 연아 마틴(한국명 김연아)의원에 이어 캐나다 정치 일선에 본격 진출한 한인 정치인이 3명으로 늘어났다.
김 당선자는 지난 3월 BC자유당의 공천을 받아 정계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선을 예상하지는 못했던 무명 신인 출신이다.
그러나 이날 개표가 시작되자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펼친 끝에 9천44표를 득표, 경쟁 NDP 후보를 105표 차로 따돌리는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지역은 특히 야당인 NDP 강세 지역으로 정평이 난 곳이어서 김 당선자의 당선이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신 당선자도 현역 BC자유당 의원이 사퇴한 지역에서 야당 간판으로 출마를 감행, 7천606표를 얻어 자유당 후보를 523표차로 누르고 신승을 거두었다.
두 선거구는 광역 밴쿠버 지역 중 한인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곳으로 선거구 경계도 맞닿아 있어 한인 사회는 여당과 야당 주의원을 나란히 갖게 된 모양새다. 특히 BC자유당이 보수 성향 정당인데 반해 NDP는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으로 꼽혀 흥미가 배가된다.
김 당선자는 선거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역 토박이로 마케팅 홍보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실업가이다.
고등학교를 이곳에서 졸업하고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96년 한국으로 건너가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역사회 헌신과 봉사, 기업 정신을 강조해온 그는 한인 교포 1.5세와 2세의 사회 봉사운동 조직인 C3소사이어티를 6년 동안 이끌어왔다.
C3는 마틴 상원의원이 정계 입문 전 교사 시절 활발한 활동을 펴던 한인 청년단체로 마틴 의원의 상원 진출 이후 김 당선자가 뒤를 이어 회장직을 맡았다.
김 당선자와 마틴 의원은 사돈 관계로 알려져 흥미를 더한다.
김 당선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사회봉사와 기업 활동을 펴면서 개인과 지역사회의 가교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면서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넓혀주는 정치 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당선자는 현역 대학교수로 의료보건학을 가르치는 학계 출신이다.
BC공대(BCIT)의 보건의료학과 주임교수이자 밴쿠버커뮤티칼리지에도 출강하는 그는 진보적 가치를 정치에서 실현하고 싶다는 전문직 출신 신진이다.
11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5세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세포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카리브해 소도시의 세인트루시아 스파르탄 보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사회에 유달리 매력을 느껴오던 그는 캐나다의 장점이 쌓인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정계 입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신 당선자는 밴쿠버 인근 버나비 시장으로 NDP의 당내 유력인사인 데릭 코리건의 주목을 받아 당 공천까지 받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밝히며 "내가 가진 두 손 중 왼손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 도중 신 당선자는 10여년 전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chinkasauruses:중국인을 비하하는 chink와 공룡을 뜻하는 단어를 합성한 조어)을 썼던 적이 드러나면서 중국계의 반감을 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또 박사학위를 UBC에서 취득했다거나 의학박사 출신의 의사로 잘못 알려지는 등 불투명한 전력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이를 견뎌냈다.
이번 선거는 출발 초기 현 BC자유당 정부가 야당 NDP에 15%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열세를 보여 정부 교체가 유력했으나 종반 들어 4%포인트까지 지지도를 좁히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 4기 연속 정부를 맡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선거 이변으로 해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