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시절 소년한국일보 비둘기기자로 인연을 맺은 이후 근 50년 동안 한국일보 애독자로 소중한 인연을 이어왔다. 사석에서도 한국일보 독자임을 거리낌없이 말할 정도로 한국일보는 친구 같은 존재다. 정론직필과 같은 거창한 구호에 매료돼서라기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그 은은함에 취해서였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한국일보의 목소리에 특별히 귀 기울였던 것도 그 은은함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 수교 50년을 맞은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도 은은한 친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자원으로 살기 좋은 나라,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막연히 알고 있는 캐나다는 실은 우리에게 지난 100여 년간 친구의 나라였다.
조선말기부터 해방 전까지 50여 년간 200여명의 캐나다 선교사가 한국을 찾아와 독립운동을 돕고, 교육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근대화 과정에 기여하였다. 그 중 최초의 영한사전을 편찬한 게일 선교사, 세브란스병원 설립자인 에비슨 박사, 국립묘지에 외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안장된 스코필드 박사는 우리가 어려웠을 때 양국 국민 간 우정의 씨앗을 뿌려 놓으신 분들이다.
캐나다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한번 와 본 적도 없는 나라, 만나 본 적도 없는 한국 국민을 위해 당시 캐나다 병력의 절반에 해당되는 2만6,000여 군인을 파병해 도와주었다.
필자가 부임 후 만난 많은 캐나다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과 캐나다 양국관계의 괄목할만한 발전과 한국의 놀라운 도약에 찬사를 보내면서, 지난 세월 동안 한국에 대한 지지와 협력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최근 양국관계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은 청년 간 교류확대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만5,000명의 한국 유학생이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4,000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캐나다를 방문하고 있다. 또 복합문화주의 이민국가로서 23만여 명에 이르는 한국이민자들의 캐나다 사회서 기여와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매년 5,000명 이상의 한국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역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어강사 5,000여 명을 포함하여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의 팬이 되어 돌아온 캐나다 국민은 10만여 명에 이른다. 이러한 양국 차세대간의 활발한 인적 교류를 통해 축적된 상호이해 기반이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양국 국민 간 호감 및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캐나다를 호감 가는 나라 3, 4위로 꼽고 있다.
캐나다 국민에게 한국은 가깝게는 가족, 친지 중 누군가는 한국전에 참전하였거나 영어를 가르치면서 경험했던 나라로 여겨진다. 동시에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냄으로써 같은 G20 국가이자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국제사회에서 항상 뜻을 같이 하는 친구로 인식하고 있다.
금년은 양국 간 수교 50주년이자 정전협정 60주년인 뜻 깊은 해로서 양국 정부는 금년을 각각 '한국의 해'와 '캐나다의 해'로 선언하였으며, 캐나다 정부는 특별히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하였다.
양국 정부는 그간의 긴밀한 교류협력 및 발전 잠재력을 바탕으로 FTA(자유무역협정)를 조기에 타결함으로써 경제통상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등 제반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확대의 계기를 마련하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좀더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건설적인 동반자로서 유엔, WTO(세계무역기구), 북극이사회 등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전략 대화 및 협력을 더욱더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양국의 금혼식이라 할 수 있는 2013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하여 은은한 관계의 깊이가 더해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